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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
권비영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세 명의 소녀들을 가상의 인물로 설정한 소설이기는 하지만 치욕스러운 일제치하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기에 보는내내 마음이 찢어지는 듯하다. 일본에게 침략당하여 농락당하고 희롱당한 아픔도 아픔이지만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상류층의 모습이 더 수치스럽다. 그리고 가난과 전쟁으로 처절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이용하여 막대한 자본을 버는 이들도 극악무도한 당시의 일본인 보다 더 잔악한 무리라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궁궐을 동물원으로 만든 사실은 충격적이였다. 역사시간에 자주 등장했던 ‘창씨개명’은 민족의 핏줄인 근원자체를 흔드는 가혹한 형벌과 같았다. 혼란과 격동의 시기에서 창씨개명을 거부한 아버지의 만주행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모 집에서 생활하는 ‘영실’, 요정에서 거주하는 ‘은화’, 일본의 앞잡이지만 부유한 집의 딸 ‘정인’ 각기 다른 입장에 있는 세 소녀의 이야기는 그 당시의 시대상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신분과 자본에 따라 그들의 역할은 호불호가 갈렸나보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거나 가난에 허덕이는 이들은 저항할 여력없이 일본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다. 비교적 높은 임금의 광고에 이끌려 선택한 이들도 있고 지인의 소개로 설득당한 이들도 혹은 납치, 매매에 의해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끌려온 이들도 있다. 이들 모두 국내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 강제적으로 선택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P194 삶 같지도 않은 삶들이 뒤엉켜 있는 배 안은 지옥과 다르지 않았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던 시기인 만큼 개인의 삶은 처절하게 짓밟힌다. 아니 학대와 고문, 성매매 등 짐승만도 못한 잔인하고 잔악한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하루에 30-40명씩 상대해야 하는 성고문, 피를 빼내 소금물로 채워넣는 생체실험, 생사를 가르는 광산의 과도한 노동의 제공 등 일본군의 만행은 도를 넘은 상황이였다. 게다가 일본군의 패로 이러한 사실을 외부로 새나가지 않도록 배의 대부분을 폭파시켜 배에 승선한 전원이 고국의 땅을 밟지 못하고 그대로 침몰하고 말았다.
P276 길들여진다는 것은 무뎌진다는 것이다. 무뎌진다는 것은 천천히 스러져 간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저항할 힘조차 사라진 슬픈 야합, 길들여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책을 덮으면서도 민족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봐야 할 역사소설 <몽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