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금강

금강 세트 - 전3권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6년 5월

두께가 백과사전과 같이 두껍고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마치 방대한 스케일의 대하드라마를 연상케 하기에 더욱 기대가 큰 책이다.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한 허구성을 지닌 소설이기에 책의 부록에 수록되어 있는 배경지식을 익힌 후 본문을 접하면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분명한 개성과 캐릭터를 가진 여러 명의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나오기 때문에 내용에 더욱 케미를 더해준다. 소설 속에 ‘송사련’과 같은 실재인물도 등장하기도 한다.

​중종 어간부터 선조 때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금강>은 당시 어머니의 젓줄과 같은 역할을 한 백성들의 중요한 삶의 터전으로 상업이 성행하는 곳이였다. 그리고 일제침략을 처참하게 당한 가슴아픈 곳이기도 하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어릴 적 배경을 시작으로 내용이 전개되어 가는데 운명적인 현실에 맞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조선시대 신분사회와 여성들의 사회진출의 한계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백성의 고혈로 거둔 세수는 권세들에 의해 비어가는 곳간이 되는 모습에 씁쓸함이 전해진다. 그리고 공직에 몸담고 있는 자들이 시전의 사업을 통해 부를 늘려가는 과정에서도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갭이 너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옛명으로 되어 있는 복잡한 관직제도와 생소한 지명은 낯설기도 하지만 역사지식에 좀 더 다가간 것 같다.

​기묘사화, 을사사화 등 권력투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대세력을 제거하는 과정이 잔인함을 더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당쟁과 임진왜란과 같은 전쟁의 혼란스러운 시기에서 신분적 제약을 가진 백성들 또한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힘겹기 그지없다. 하지만 소설은 그들이 가진 포부와 이상,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스승의 꿈이 한 곳으로 모인 이상적 사회를 뜻하는 ‘대동사회’의 외침아래 현실 속에서 그 목적을 향해 발버둥치는 인물들의 모습은 그들이 상상하는 모든 이가 행복한 ‘대동사회’와는 현실과 괴리가 너무 크다.

​한 편의 사극과 같지만 철학적인 질문과 답이 오고 가기 때문에 독자는 다방면으로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신분과 위치에 있는 연향, 부용, 미금 주요 세 여성 등장인물인 그들의 꿈과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현실을 개척해 나가려 했던 그녀들의 운명의 결과는 여기에서 말하지 않으려 한다. 역사소설로 국한하여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미래 지향적인 꿈과 이상을 가진 독자라면 꼭 한 번 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