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관광 방랑 - 우리, 왜 일 년이나 세계 여행을 가는 거지?
채승우.명유미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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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겉표지에 질문이 하나 제시되어 있다. “우리, 왜 일 년이나 세계 여행을 가는 거지?”

장시간 여행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의 대부분 질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장시간 여행을 떠난 적이 없어 여행의 목적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숨막히게 돌아가는 일상을 탈출하여 이색적인 장소에서 콧바람을 쐬고 싶을 뿐이었다. 부부가 전세금을 은행통장에 넣고 한국에 있는 짐들은 창고에 넣고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챙겨서 떠나는 것이라는 이야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불안정한 미래에 살고 있는 요즘,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그 도전정신에 놀랐고 한편으로는 무모하게 용감한 것 아닌가 하는가 우려도 들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대나 각 나라의 장점을 부각시켜 화려한 미사어구로 치장한 글이 아닌 생생한 현장감이 실려있는, 실제적인 경험을 토대로 전해주는 이야기라 글을 읽는내내 더욱더 호기심과 흥미를 자아낸다. 마치 절친한 지인이 여행지를 다녀와서 재미난 무용담을 들려주는 것 같기에 이야기 속으로 쉽게 빨려 들어가게 한다. 낯선 곳에서 물건을 흥정하거나 숙소를 고민하고, 다투고, 환전을 하면서 손익을 따져보고, 소포 때문에 우왕좌왕 하고, 별일 아닌 것에 울고 웃고 하는 모습이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정겹고 친근감마저 든다.

작가의 주머니 속에 들어온 소매치기의 손목을 잡은 내용은 본인이 스페인여행 갔을 때 인솔자의 말이 새삼 떠오르게 하였다.

그들이 소매치기를 들키면 그 테리우스 같은 얼굴로 미소 지으며 윤기있는 머리 결을 찰랑거리면서 떠나간다고. 그 말이 생각나 혼자서 얼마나 깔깔 웃었는지 모른다.

여행 안내서에는 볼 수 없는 각 여행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깨알 같은 그러나 꼭 필요한 정보들, 예를 들어 브라질 카니발 축제는 우리가 TV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사실, 익히 들어본 아르헨티나 탱고도 막상 아르헨티나에 가면 찾기 어렵다는 사실과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꼬마들이 소매치기 연습을 하고 있다는 소문 등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먼 나라 한국에서는 알 수 없었던 그곳만의 재미난 일상이야기들이다.

​ 카니발이라는 단어가 예수를 따라 고행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잘 먹자는 의미라는 건 새로 알게된 사실이었다. 그리고 센프란시스코에는 약에 취한 노숙자들이 많다는 어마무시한 사실도 실감을 더해주고 있다. 울트라바로크, 브라질리아, 센트럴 할렘과 이스트할렘(할렘에도 종류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쿠바의 화폐는 두 종류라는 점, 헌법광장 등에 대한 지식적인 부분도 함께 전해주기에 생경한 부분에 대해 한 문장 한 문장 꼼꼼이 읽어보게 한다.

부부가 함께 쓴 여행에세이라 그런지 남자 특유의 강인하고 힘찬 문체와 이성적인 설명 그리고 가끔 있지만 여성 특유의 부드럽고 서정적인 온화한 문체가 확연히 그 차이가 드러난다.

여행기간 동안 의견불일치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후 각자 원하는 장소로 따로 여행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서로 다른 시각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각자의 느낌과 감정들은 결국 함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낯선 세상과 만나는 일이 여행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상당부분 공감을 한다. 나만의 특색이 있는 여행, 남들이 가본 길이 아닌 내가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는 여행, 여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금 깊이 있게 생각해본다. 

우리들 각자의 여행목적은 다르다. 쇼핑, 식도락, 일상생활에서의 탈출, 행복을 찾아서,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부분을 알고 싶어서, 살아갈 방법을 알고 싶어서, 남들이 가니까 등 그 이유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나에게 즐거움을 주고 살아가는 힘을 더해주는 원동력이 된다면 그것이 곧 여행을 하는 참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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