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정적
양세화 지음 / 델피노 / 2022년 11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수많은 회사 지원서에 불합격 메일을 받은 도담은 계속되는 실패에 우울했고, 절망했다. 쏟아지는 햇살을 커튼으로 가리고 무기력과 슬픔 속에 잠겨 살아가던 도담은 현실 세계와는 다른, 감정들로 다채롭게 채워진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도담은 수많은 문들로 채워진 '감정적'이라는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관리자를 만난다. 관리자는 도담을 거대한 건물 감정적에 데려가 그곳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도담은 처음 만난 사람이지만 관리자에게 편안함을 느꼈다. 무엇 때문에 관리자에게 편안함을 느끼고 처음 이 세계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곳을 사랑하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을까? 그것은 도담의 생각에서 엿볼 수 있었다.
도담은 관리자의 친절한 설명을 좋아했다. 관리자는 도담에 대해 잘 몰랐고, 잘 모르지만 도담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 그리고 말수가 적은 도담에게 어떠한 반응을 보채지도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말수가 적은 도담을 있는 그대로 그 존재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아마 관리자는 도담이 말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할지라도 있는 그대로의 도담을 바라봐 주었으리라.. 도담은 관리자가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에게 친절한 관리자의 목적 없는 순수한 친절함이 좋았다. 그리고 관리자와의 대화를 통해 도담은 자신 또한 누군가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깨닫게 된다. 이는 마치 이 세계에 들어오기 전 수많은 실패와 불합격 소식, 기나긴 방황 동안 도담이 견뎌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예상하게 한다. 도담은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서 끊임없이 상처를 받으며 상처받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기 자신을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으로 인식했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도담은'감정적'이라는 커다란 건물에서 일 할 자신이 없었다. 자신감이 없었고, 도담 안에 가지고 있는 잠재력,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지도 않았다. 하여 사장과의 면담을 앞두고서는 자신을 무능력한 사람이라며 내쫓지는 않을까 불안해했다. 사장은 '감정적'이라는 공간은 도담의 마음속 시계에 따라 흘러가는 세상이라고 소개했다. 멈춰있는 장소는 도담의 삶에서 중요했던 순간이었다. 멈춰있던 시간 속에 잠들어있던 감정들을 응축해 '별사탕'을 만들면 다시금 시간은 흘러가는 방식이었다. 도담은 잊고 있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좋았던 추억을 기억해 '별사탕'으로 감정을 만드는 것이 이제부터 도담이 해야 할 일이었다. 별사탕은 감정의 색깔에 따라 다르게 생산되었는데, 분노와 원망 후회 같은 것이 섞일수록 색을 빨갛고 탁한 색을 띠었다. 수많은 감정의 문들은 자고 있는 아이들의 문을 열어 놀랜 다음 공포 에너지를 에너지통에 담아 사용하는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에 나오는 가정집의 문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알록달록한 별사탕은 이 세계에서 화폐로 사용되기도 에너지 자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감정적'에서 일을 하면서 도담은 이웃과 친구를 사귀며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는 일을 하게 된다.
다양한 감정이 존재하지만 실패를 거듭 마주하게 되면 무기력 속에 자신과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색을 잃어버리기가 쉬워진다. 무기력은 곧 무채색 세상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도서 감정적은 도담이 '감정적'이라는 곳에 일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담겨있던 감정이 무엇인지 확인함으로 잃어버렸던 색들을 찾아오는 과정을 그린다. 도담의 이야기는 그저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는다. 감정적이라는 곳에서 도담이 깨닫게 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처음 이곳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는 도담의 예감과 같이 도담은 계속 현실이 아닌 이 세계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 도담은 끝내 어떤 길을 선택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