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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쓸모 - 개츠비에서 히스클리프까지
이동섭 지음 / 몽스북 / 2022년 10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모든 사랑이 끝나도 첫사랑만큼은 멈추는 것이 되어, 삶의 모든 순간에 변주되어 나타난다는 말이 들어본 적 있는가? 나는 처음 이 부분을 도서에서 읽을 때 인간의 첫사랑이 끼치는 크나큰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끌림과 유혹,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누군가에게 반하게 되는 순간. 알고 지낸 시간들이 오래되었다고 해서 사랑의 감정이 서서히 물이 끓어오르듯 온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알고 지낸 시간과 상관없이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에 사람은 사랑에 빠지며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이 상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때도 있다. '왜 나는 하필이면 너를 사랑할까?'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이라는 소설에는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라는 이름의 열여섯 살의 소년이 등장한다. 이 소년은 자신의 옆집으로 이사 온 스물한 살의 소녀 지나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면서 소년의 첫사랑이 시작된다. 지나는 나이와 직업에 상관없이 많은 이성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받으며 사랑에 둘러싸여 있는 소녀였다. 소년은 왜 소녀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 소년은 사춘기였다. 아직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한 미성숙한 존재였다. 사랑을 하며 연애를 하면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 어떤 상황에 화가 나며 어떤 상황에 생각보다 담담하며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알게 해준다. 또한 인기가 많은 누군가를 바라보게 될 때면 내가 어떤 부분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타인이 사랑하는 이를 사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고민을 들어주는 모 프로그램에서 10대 남학생들이 자신의 친구들이 A라는 여학생을 좋아하니까, 또 인기가 많으니까 자신도 호감이 생겼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타인이 사랑하는 대상을 사랑하게 된다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이지 않을까?
소년은 소녀를 사랑했고, 수많은 경쟁자들을 이기고 당당한 승자로 소녀의 옆에 있길 원했다. 그러나 소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소년은 소녀를 사랑하지만 소녀를 옆에 둘 수 없다는 생각에 칼을 준비해 소녀가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는 장소에 숨어 이들의 밀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상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소년은 더욱이 칼을 움켜쥐고 그 앞에 나와 소녀의 사랑을 보았다. 소녀의 사랑을 해치려 칼을 준비해 그 자리에 섰지만, 소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소녀가 사랑한 대상은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가 아닌 페트로비치, 소년의 아버지였고, 소년에게 있어 아버지 페트로비치는 자신의 우상이자. 소녀 지나를 사랑하기 훨씬 이전부터 사랑해왔던 대상이기 때문이다. 소년은 자신이 경쟁해야 할 상대가 자신이 우러러보던 아버지였음을 확인하자. 더 이상 소녀를 만나러 가지도 만나지도 않기로 결심한다. 모든 면에서 자신을 뛰어넘는 이상형 앞에 경쟁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아버지의 사랑이 소녀에게로 흘러간 기분이 들어 질투심이 들기도 한다. 자신이 되고자 욕망하는 이상형의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만나는 아이러니함은 소년에게서 사랑을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저자는 17편의 문학 속에 등장한 인물들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대상에게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랑이 시작되기 이전, 인간의 삶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려주며 사랑 이야기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임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이야기 한 편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조금씩 흘려주는 보물 같은 다음 이야기의 힌트는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인간에게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며 그 이야기를 보존시킬 수 있었는지를 상기시켜줄 만큼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소설 <첫사랑> 속 인물들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혼인관계를 유지 중임에도 불구하고 소녀를 만났던 아버지와 자신이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만남을 지켜봐야 했던 소년, 그리고 그들의 사랑 속에서 고통받는 어머니와 결핍되었던 사랑을 욕망했던 소녀 지나까지.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소설과 더불어 도서 사랑의 쓸모를 통해 더욱 깊이 사랑에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