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 곁의 산 자들 -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배운 생의 의미
헤일리 캠벨 지음, 서미나 옮김 / 시공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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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죽음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살아가는 생명체에게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순간이다. 죽음은 태어남과 동시에 몸 안에 깊숙이 잠들어 있다가 마지막 숨이 내뱉어지는 순간 튀어나와 삶을 마치게 된다. 이렇듯 모두가 갖고 있는 생명과 죽음에 대해 사람들은 종종 잊어버리고 때로는 외면하기도 한다. 특히 죽음을 말이다. '죽음'이란 단어는 입에 올려서는 안 될 단어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비단 동양에서만 그런 것이 아닌 서구에서 또한 죽음이 상징되는 것은 참 어둡다. 어두움이 있기에 빛이 더욱 빛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어둠은 차마 입에 담아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버린다. 저자의 직업은 기자로 어릴 때부터 죽은 사람의 모습을 그리거나 죽은 동물을 마주하는 것에 무서움이 없었다. 그것은 지은이에게 있어 학교와 성당 등.. 금기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처럼 죽음을 대하는 사회적 죽음보다 더욱 진실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사람들이 공포감을 느끼는 것도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는 것도 주목받지 못하는 것도 저자는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여 질문을 하는 직업을 가진 기자인 만큼 저자는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모습을 직업으로 마주하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시작했다.






죽은 이의 얼굴,

데스마스크 조각가



죽은 이를 추모하며 기억하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죽은 사람의 얼굴을 본뜨는 것이다. 산 사람의 얼굴은 본 뜨는 경우도 흔치 않은데, 죽은 사람의 얼굴을 석고상으로 본뜨는 일은 더욱 희귀한 일이지 않을까? 저자가 만난 데스마스크 조각가 닉 레이놀즈는 영국에서 상업적으로 이일을 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한다. 죽은 자의 얼굴에서 따온 입체 모형인 데스마스크의 역사는 꽤나 오래되었다. 처음부터 죽은 사람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제작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과거 데스마스크는 왕족이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불멸의 존재로 피지배자층에게 남겨지기 위해 데스마스크를 만들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 데스마스크는 예술가들이 초상화를 그리는데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데스마스크는 그림이 완성되고 난 뒤에는 처분되었다고 한다. 입체 모형보다 평면적인 초상화를 더욱 가치있게 여겼던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데스마스크는 심폐소생술에 씌는 마네킹 얼굴인 '안느(Resusci Anne)라고 한다. 안느라는 이름의 여성은 1800년대 초반 프랑스 센 강에서 발견된 시신이었다. 명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안느의 얼굴은 다른 죽은 자들의 얼굴과는 달랐다. 그녀의 얼굴 표정은 무척이나 평온해 보이고 심지어 미소를 짓고 있어 죽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고, 안느의 마지막 얼굴은 피터 사파르(Peter Safar)라는 의사의 눈에 깊은 인상을 남겨 1960년대 심폐 소생술 훈련을 위한 인형의 얼굴이 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키스를 받는 얼굴이 되었다.





데스마스크 조각가인 닉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조각한 조각상 얼굴들을 보며 이곳에 데스마스크는 없으며, 다만 사람들의 얼굴만 존재할 뿐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사람이 죽으면 데스마스크를 최대한 빨리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서둘러 만들수록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살아있을 때의 모습을 더 잘 살려 데스마스크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하여 사망선고를 내릴 의사보다도 데스마스크 제작자를 가장 먼저 부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데스마스크 제작자로 살고 있는 닉이 생각하는 데스마스크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섞지 않는 모습으로 보관할 수 있는 멋진 선택이었다. 아직 체온이 가시기 전 그 체온을 석고상으로 옮겨 살아있었을 때의 모습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데스마스크 제작자라는 직업은 꽤나 예술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직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실제로 예술가들은 미소와 함께 평온한 얼굴로 죽어있는 안느의 복제본을 소장하며 뮤즈로 생각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데스마스크 제작자 외에도 도서에서는 장의사나 사형 집행인, 시신 방부처리사 등.. 다양한 죽음과 관련돼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본 도서를 통해 우리에게 죽은 자 곁의 산 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죽음이라는 무게의 짐을 보이지 않은 곳에서 많은 이들에게 지워주며 감당시키고 있기에 여전히 죽음이 미지의 세계처럼 두려움의 대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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