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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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기담 집도 아닌데 읽을수록 오싹한 소설을 만났다. 읽을수록 미궁에 빠져든다는 그 제목도 미궁. 무언가를 딱히 바라는 것도. 무언가를 딱히 기다리지도 않는. 그저 그런 무색무취의 삶을 살아가는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지난밤 바에서 만난 여자를 또 만나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 없다. 다만 중학교 때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우연의 일치 하나만으로 지금의 관계가 이어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여자의 방에 걸려있는 남자 양복은 누구의 것일까? 그건 여자가 만나던 남자의 양복이었다. 그 양복의 주인공은 지금은 행방불명이 되어버려 남자가 다니던 회사에서도 그를 찾고 있었다. 다만 그녀는 남자를 찾지 않는 듯 보인다. 자꾸만 소리를 질렀다는 남자가 어딘가 무서웠다고 말하는 여자. 이 여자는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남자는 행방불명이 된 사람의 양복을 입고 여자의 집을 나서고 다시금 여자의 집으로 들어가려 하던 때였다. 갑자기 탐정이 찾아와 남자와 이야기하길 원했다. 남자가 요구한 것은 여자의 집에 있는 커다란 화분 속의 비밀을 파헤쳐 달라는 것이었다. 여자가 남자를 죽여 그 커다란 화분 속에 묻어놨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왜 탐정은 여자가 남자를 죽이고 자신의 집에 묻어놨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여자는 단순한 용의자 정도로 생각하기에는 어딘가 미심쩍은 부분이 탐정의 마음에 있었던 것 같다. 남자는 화분에 시체가 있든지 없든지. 자신과는 상관이 없지만. 딱히 확인해 보고 싶었던 부분은 아니었지만, 여자에게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말하며 화분을 파헤치게끔 한다.






화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시체가 없었다. 그 남자가 없었다. 무엇을 바랐던 걸까. 화분 속에 남자가 마지막 봤던 그 모습이 담긴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공간을 침범한 삽을 든 여자와 남자를 쳐다보는 것을 기대했던 걸까. 남자는 탐정을 만나 그곳에 남자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탐정은 또 다른 이야기를 남자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남자가 중학교 때 벌어졌던 <히오키 사건>이었다. 히오키 사건은 일가족 살인사건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장남이 죽고 열두 살 된 어린 딸만이 살아남은 살인사건이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집은 밀실 상태였다고 한다. 화장실에 나있던 작은 창문 외에는 문도 창문도 꼭꼭 잠겨있어 살인범에게 있어서는 그를 위해 준비된 환경처럼 느껴진다는 완벽한 밀실이었다. 문에는 안전고리까지 걸려 있어 외부인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고 그 당시의 형사들은 판단했다. 탐정이 히오키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갑자기 남자에게 꺼낸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그 여자가 히오키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 열두 살 된 어린 딸이었기 때문이었다.






도서는 미궁이라는 제목과 같이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오싹함을 남긴다. 가을이기에 쌀쌀한 날씨로 인해 느끼는 건지 지금 이 계절에 읽는 미궁은 사건의 분위기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종이학이라는 어린아이의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를 통해 살아남은 아이와 종이학 속에 파묻혀있었던 아이 엄마의 사체. 그리고 살인사건과 행방불명이라는 단어들이 미로의 여기저기에 놓여 그곳을 헤매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옥죄여오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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