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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 - 생의 마지막 순간, 영혼에 새겨진 가장 찬란한 사랑 이야기 ㅣ 서사원 일본 소설 1
하세가와 카오리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2년 8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죽은 사람의 영혼은 저승으로 가게 된다. 이 저승에 가기 위해서는 강을 하나 건너야 하는데, 이 강을 부르는 이름은 나라마다 다르다. 아케론 강이라 부르는 곳도 있으며 삼도 천이라 이름하기도 한다.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건 강을 부르는 이름은 저마다 다를지라도 모두들 저승에 강이 있음을 신기하게도 알고 있다. 이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강의 안내자 사신에게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그 대가는 사신마다 다르겠지만 여기 사람의 영혼 조각을 받는 사신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기억들에 따라 영혼의 색깔이 정해지는데, 바다를 사랑한 자에게는 바다와 같이 푸른색의 영혼 조각이 생성되고 누군가를 증오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의 영혼 색은 검정이다. 그 외에도 사람의 기억은 감정과 연결되어 그 사람의 영혼의 색이 되어 저승으로 넘어가기 위해 강을 건널 때 노잣돈으로 쓰인다.
사신의 그림
사신은 그림을 그린다. 유리병에 담겨있는 형형색색의 조각들을 부셔서 말이다. 이 투명하고도 아름다운 색을 띠는 조각들은 죽은 사람으로부터 건네받은 노잣돈이다. 강을 건너게 해주는 대가로 명부로 보내주고 안내해 주는 대가로 말이다. 사신은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이 담겨있는 색들의 조각들이 매우 소중하게 다룬다. 자신은 그저 같은 색 없이 세상에 하나뿐인 색이라는 귀중함에 좋아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신의 행적들을 따라가면 사실 사신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억들과 감정들을 소중히 여기기에 그들의 영혼의 색 조각 또한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그들의 소망을 캔버스의 옮긴다. 그림들을 자신의 작업실 이곳저곳에 걸어두기도 하지만, 죽은 자를 뒤로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자들을 위해 선물하기도 한다. 그들 모르게 가져다 놓는 식으로 말이다. 자신이 그토록 그리던 사람의 영혼 색으로 그려진 그림은 오랫동안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눈에 담겨 그들을 그리워하며 함께했던 시간들을 기억하며 살아갈 또 다른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임종과 일과
사신은 죽은 자를 명부로 안내하는 일을 한다. 원활한 일처리를 위해서 사신은 자신이 맡은 임무에 해당되는 사람이 살아있을 때 그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가 그들을 데려간다. 그들이 어떻게 몇 시에 죽을지는 정확하게 그들도 알지 못한다. 대략 oo 시에서 oo 시 사이에 사망 예정이라고만 알기에 어떤 사연을 가지고 그들이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는 사신들 또한 그들과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봐야 안다. 죽음이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이야기하지만 사신은 예고를 받고 사망자 곁에 머무는 것이다. 임종을 지키는 사람이 없어 자신의 시체가 나중에 발견할까 봐 걱정하는 노인에게는 때가 됐음을 알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언질을 주기도 하고, 자신의 앞날을 모르고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소년에게는 후회 없는 삶을 살라며 고백하기를 종용하기도 한다.
도서는 월요일에 태어나 일요일 땅에 묻혔다는 영국의 동요 Solomon Grundy 솔로몬 그런디의 노랫말로 시작된다. 인생의 덧없음과 생의 짧음을 이야기하는 이 동요는 도서를 읽으면서 계속 노랫말이 머리에 맴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죽음은 문을 두드리고 매 순간 죽은 자를 맞이하는 일을 하는 사신은 어떤 색을 가진 영혼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