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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
레인보 로웰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6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학창 시절의 사회는 성인이 된 후의 어른의 사회와는 다르다. 그들에게는 같은 학생 신분 속에서 나눠지는 한 살의 차이가 어른과 아이를 나누는 나이보다 더 큰 벽이고, 신체적 차이와 그들만의 기준으로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권력가의 존재는 거스르기 어려운 절대적 존재이다. 이런 공간인 학교에 '엘레노이'라는 빨간 머리의 학생이 전학을 온다. 엘레노이가 학교에 등하교 하기 위해서는 '스쿨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는데, 남는 스쿨버스 속 자리는 맨 뒤 권력가들의 구역뿐이었다. 다른 자리를 둘러보다 자리를 찾지 못한 엘레노이는 그들의 근처에 앉아 있던 동양인 남학생의 옆자리에 앉게 된다.
엘레노이와 파크
파크는 엘레노이가 전학 첫날 스쿨버스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동양인 남학생이었다. 파크는 최대한 뒤에 앉아있는 무리들의 시선과 관심을 피하고자 하였지만 전학생이 스쿨버스 안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자. 자신의 비어있던 옆자리로 안내한다. 이때의 행동은 최대한 전학생 엘레노이와의 친분이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투덜거리는 말투로 엘레노이에게 처음 말을 걸었다. 그들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엘레노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학생들은 엘레노이를 갖가지 방법으로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러나 엘레노이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엘레노어 엄마의 남자친구였다. 새아빠라고 불리는 그 남자는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였다. 엘레노이는 세 명의 동생들과 함께 매일 밤이 아무런 울음소리도 없이 아무런 큰 소리 없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잠을 청했다. 그마저도 되지 않는 날이면 바닥에 모두가 서로를 웅크리며 이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이런 밤이면 동생들 중 누군가가 화장실을 가지 못해 방안 가득 불쾌한 냄새가 나기도 했다. 그런 옷을 다시 입고 가는 것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에 있어 좋은 빌미를 주는 것이었다. 가정 폭력과 학교 폭력의 시달리던 엘레노이가 찾을 수 있는 곳은 엘레노이를 편견 없이 받아들여주는 파크의 가정이었다.
파크는 스쿨버스에 앉아 헤드폰을 쓰고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볼륨을 최대치로 올려 듣는 중이었다. 바로 뒤에 있는 학생들의 관심을 최대한 끌지 않으면서 조용히 등하교를 하기 위해서였다. 조용히 하루가 지나길 바라던 파크 앞에 모조 진주 목걸이 여러 개의 착용하고 품이 큰 아빠 셔츠를 걸친 빨간 머리 여학생이 나타났다. 학생이 앉기 전에는 버스는 출발하지 못했고 학생은 머무를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었다. 파크의 머릿속에는 다른 사람을 돕는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할머니의 가르침과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고 싶은 파크의 마음이 싸우고 있었다. 그런 싸움에서 할머니의 가르침도 파크의 마음도 모두 반반의 승리를 거두었다. 할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파크는 전학생에게 자신의 옆자리에 앉으라고 자리를 비켜줬고,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에 퉁명스러운 말과 욕으로 자리에 앉으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 파크는 전학생 엘레노이를 수업에서 다시금 만나게 된다. 국어 수업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수업이 이뤄졌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에 대해 선생님이 질문하자. 엘레노이는 그들은 서로 사랑한 것이 아닌 오해였을 뿐이라는 대답을 했다. 작품에서 보여준 로미오와 줄리엣의 행동은 사실 셰익스피어가 사랑에 대해 조롱하기 위해 쓴 것이라는 의견과 더불어서 말이다. 또한 이 수업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엇갈린 사랑이 400년의 시간 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고전으로 남겨진 이유에 대해 묻자. 이런 대답이 나왔다. '사람들은 사랑했던 청춘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한다'고 말이다. 수업에서의 대답이 도서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의 주인공 엘레노이와 파크의 이야기이지 않을까? 엘레노이와 파크가 보여준 청춘의 사랑은 모두가 오래 기억하고 싶어 할 이야기이다. 파크가 엘레노이를 위해 믹스테이프를 만들어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들려준 추억과 같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