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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 - 이어령의 서원시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3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갈등과 무질서로 사회가 이리저리 찢어지는 이런 비상(非常) 함 속에 비상(飛上)을 서원하며 글을 써 내려가는 이가 있으니 그 사람은 바로 이어령 선생님이셨다. 한두 달 전에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한국의 문화를 이끈 한 명의 지식인의 별이 졌다는 생각에 아쉬움과 그리움을 생전 인터뷰하셨던 기록들로 달랬던 것이 생각이 난다. 본 도서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는 선생님께서 14년 전에 지으셨던 '날게 하소서'라는 제목의 시에 '생각의 생각'과 더불어 새 옷을 입고 날개를 달아 세상에 나온 책이다. 이어령의 서원시라는 책 표지의 말과 같이 한국을 사랑하며 사람과 사람이 다시금 소리 내어 격려하고 힘이 들까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날아가는 기러기와 같이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도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천 가지 색깔의 물고기 떼
2010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 예술교육대회 조직 위원장을 역임했을 당시 저자가 남기고 싶었던 작품이 있었더랬다.
그것은 바로 천 가지의 색깔의 물고기 떼가 바닷가에 버려진 낡은 그물 위에 놓인 작품이었다. 낡은 그물은 상상의 바다에서 건져 온 수십수천 가지의 물고기들을 보여준다. 이 물고기들은 저마다 모양도 색도 다르다. 천 개의 빛이 만들어내는 그 다양한 세계. 그것이 저자가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한국 사회는 획일화된 사회를 살며 정해진 규칙들이 존재한다. 이 나이에는 무엇을 저 나이에는 무엇을. 또한 어느 정도 인생의 항로가 가이드라인을 가진 채 설정된다. 그곳에서 벗어나서는 시대에 떨어진 문외한 취급을 받는다. 저자는 이런 한국의 획일적인 사회 문화를 깨뜨리지 않고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일색(一色), 한 가지의 빛깔이 아닌 다양다색(多樣多色)으로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견고한 틀과 사고로 무장한 사회
저자는 견고한 틀과 사고로 무장한 사회와 조직은 생사람을 잡는다라고 말한다. 빨주노초파남보의 일곱 색깔을 가진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백이면 백 '무지개'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정말 무지개는 7가지의 색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철학자 크세노폰은 무지개를 3가지의 색이라 하였고, 아리스토텔레스는 4가지 색,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5가지 색으로 무지개를 보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무지개의 색조차 사실상 상대적으로 바라본 것이지 절대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는 무지개라는 단어를 배우고 그것을 볼 때 그것이 7가지 색을 가지고 있다고 교육을 받는다. 이러한 교육들은 사실상 무지개가 가지고 있는 다른 색의 존재를 지워버리기 쉽다. 무지개라는 예시로 이야기를 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더 많은 색을 지워버리는 사고로 자라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이를 가리켜 '고정관념'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고정관념은 상상력의 적이라고 이야기한다. 학교는 이런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르치기도 강화 시키기도 하기에 저자는 "학교는 생사람 잡는 곳"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제 막 태어난 어린아이는 무엇을 입에 넣어도 괜찮은지 아닌지조차 알지 못하는 '생것'의 상태로 태어난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백지'에 하나둘씩 채우기 시작한다. 그것은 글이 될 수도 있고 그림이 될 수도 있으며 색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백지상태를 채우는 것은 본연의 의지와 생각들로 이뤄져야지 사회가 주입시키는 '지식'을 토대로 채우다 보면 창조성을 죽이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저자는 경고했다. 학교를 가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배우는 것 이외에도 다양하게 배울 수 있고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인 것 같다. 순연한 존재를 틀에 가둘 수 없듯이 인간에게는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와 같이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는 비상(飛上) 하는 날개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