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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전시관
설혜원 지음 / 델피노 / 2022년 2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윤회 輪廻;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죽음 뒤에도 다시금 생명을 갖고 태어나 그 삶을 끊임없이 반복해 살아간다는 불교 사상이다. 인간의 삶은 돌고 돌아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미래에서 또 과거로 연이어 인생의 고리를 만들어 나간다. 이전 생에서 저질렀던 악이 다시금 현실에서도 반복되며 그 악에 맞는 세상에서 그 악에 맞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이 모든 것은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아니면 누군가 나서 악의 고리를 끊고, 선한 사람들의 승리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인물이 나와 판을 뒤집을 것인가. 누가 악인에게 벌을 내릴 것인가? 도서 허구의 전시관 속 빈한승빈전 이야기 속에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악을 쌓아온 악인에 대한 처우가 나온다.
<빈한승빈전>
견자의 컴퓨터 모니터 속에는 창 두 개가 띄어져 있다. 동일 인물이나 다른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의 오래전 과거와 현대이다. 오래전에는 빈한이란 이름을 가지고 살았고 현대에서는 승빈이란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는 오래전에는 나무꾼이었고 현대에서는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품삯을 벌기 위해 나무를 하러 산에 올라갔고 큰 나무를 만나 나무를 베면 사나흘을 벌어먹을 수 있지만 이 나무가 갑자기 말을 하며 자신은 하늘에서 떨어졌으며 베지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자신의 말을 들어준다면 삼십 년을 먹을 걱정 없이 살게 해주겠다며 말이다. 빈한은 고민하다 결국 나무를 베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빈한이 베지 않으려고 했던 나무를 베려 하는 자가 있었으니 현대에서 승빈(빈한)을 한심하게 생각한 우호(마복)이었다. 승빈이는 국숫집 딸이었던 초희를 좋아했는데, 우호 또한 초희를 좋아했다. 그러나 그 마음은 진심이 아니었다. 좋지 못한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청한 초희를 우호는 사기를 쳐 오히려 돈을 훔쳐 달아났기 때문이었다. 그런 곁을 지켜준 것은 승빈이었다. 견자는 이런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우호(마복)이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상부에 보고를 올렸다. 그렇게 회의가 열렸고 이 회의에는 우회의 견자였던 사람도 참여했는데, 우호의 견자는 다름 아닌 승빈이었다. 승빈의 견자는 이상함을 느꼈지만 자신은 결단코 우호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을 때 우호가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이야기했던 자는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뒤바뀐 견자는 자신의 상벌을 스스로가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판결을 내릴 수 없음으로 견자를 다르게 함으로 자신의 행동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했던 것이었다. 이 이야기 뒤에는 더 큰 존재가 나와 이야기를 반전시킨다. 빈한승빈전은 인간들의 행동을 악과 선의 레벨로 집계할 수 있는 '인생행정소'라는 장소의 설정을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악이 수치화할 수 있는 정도에 있었다가 악의 전염으로 인해 그 수치가 불분 명확해져 결국은 인간종 폐기에까지 이른다. 그리고 인간종 폐기가 이루어지기까지의 역사를 담은 문서를 다른 존재가 인간의 언어를 변역함으로 끈질긴 생명력의 근원을 찾아가려 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우호에 대한 처벌이 회의에 안건으로 올라오기 전 우호의 견자였던 승빈은 승빈의 견자였던 우호에게 연락해 우호를 보호하려 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말이다. 그러나 제3자의 입장 승빈의 인생으로 바라본 우호의 삶은 처벌 받아 마땅한 삶이었다고 우호는 확언했다. 자신에게 처벌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자신이 그 우호라는 것을 잊은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