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츠바이크 선집 (이화북스)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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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도서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단편 소설들을 묶어 놓은 소설집이다. 수록되어 있는 것은 아찔한 비밀, 불안,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 모르는 여인의 편지, 어느 여인의 24시간으로 총 5가지의 소설과 작가가 쓴 자기소개서와 해설집이 도서 말미에 들어가 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비밀을 가지고 있어 소설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는 평을 읽기 전에 읽어 보았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비밀들은 무엇일까 생각을 했었다.






인물들의 소름 끼치는 비밀

인물에 대한 생각이 가장 속도감 있게 변화했던 소설은 '모르는 여인의 편지'였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에는 눈을 반짝이며 생기가 가득한 한 소년에게 일순간에 마음을 빼앗겨 평생을 열렬하게 사랑한 소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소녀는 어머니와 단둘이 다세대 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부부 싸움이 끊이질 않아 조용할 날이 없었던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남자가 절도죄로 결국엔 잡혀가고 나서야 집은 비워지고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던 다세대주택은 한동안 조용함을 안고 새로운 세입자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한동안 비어있던 맞은편 집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오게 된다. 세입자가 들어오기 전에 하인과 더불어 세입자의 짐이 주택 앞으로 배달되었는데, 현란한 색채의 그림과 다양한 언어로 쓰인 제목에 가죽 마감된 책들과 조각상들로 열세 살 소녀의 호기심이 일렁였다. 소녀는 앞집에 이사 올 사람은 분명 흰 수염에 나이가 지긋한 노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녀의 예상 밖의 세입자의 모습은 일순간 소녀의 잠잠한 일상을 뒤흔들다 못해 뒤집어 놓는다. 계단을 오르는 이웃의 소리가 들리자 소녀는 자신의 맞은편에 이사 올 하얗게 긴 수염을 기른 안경을 쓴 노인을 생각하며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그 계단을 뛰어오르는 것은 풍성한 머릿결을 물결치며 올라오는 생기가 넘치는 소년이었다.







소녀는 소년을 보자마자 소년이 가지고 있는 생기와 쾌활함 반대에 있는 냉혹하면서 책임감이 투철한 어두운 영역 속에 살고 있는 이중적인 면모를 알아본다. 이러한 이중적 면모는 소녀에게 있어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수수께끼로 다가왔고, 이후로 소녀는 소년이 오는 소리를 듣기 위해 문 앞에서 기다리거나 열쇠 구멍 사이로 맞은편 문을 쳐다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일거수일투족 소년에 관한 것이라면 모조리 알고 싶었고 소녀는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소녀는 사랑의 마음을 전해보려 말문을 열기도 전에 인스브루크로 이사를 가게 된다. 소녀는 떠나기 전에 소년에게 자신의 마음과 존재를 미약하게나마 알리고 싶어 소년의 문에 달려 있는 초인종을 누르는 용기를 내어보았으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로도 소녀는 소년만을 생각하며 일생을 보낸다. 여러 번 소년과 마주칠 대마다 소년은 소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때 그 이웃집 소녀, 그리고 아주 잠깐 유흥과 오락을 탐닉했을 때의 만났던 그 여인을 말이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랑하는 이를 볼 때마다 여인은 처음 소년을 사랑했을 때의 나이인 열세 살로 돌아가 무너져내리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붙잡아 보려 애쓴다.






소설 모르는 여인의 편지에서 나오는 여인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처음에는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했던 여인의 편지에서 시작해 여인의 어린 시절의 첫사랑을 거쳐 스토커처럼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일들을 거쳐 모든 것을 내어주기도 아깝다 생각하지 않을 사람을 위해 살았고 그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존재를 통해 다시금 자신의 일생을 누구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자신을 내던져 보냈고, 그 존재의 부재를 겪으며 절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써 내려가는 글 속에 담긴 감정들은 폭풍우가 휘몰아치듯 호소력과 몰입감이 굉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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