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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괜찮냐고 시가 물었다 - 시 읽어주는 정신과 의사가 건네는 한 편의 위로
황인환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송복 시인의 시 <그날>의 한 문장이다.
SNS 속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고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까닭인지 나만 아파하며 세상을 살아가기 힘겨워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서점에는 마음을 돌아보며 위로하고 죽고 싶지만 살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구역에 자리를 차지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을 살아감에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대신 이야기해 주고 있다. 언제부터 마음이 아파도 '괜찮다'라고 이야기하며 스스로를 속이며 감정을 부정하고, 억제하며 억압해 왔던 것일까. 도서 마음은 괜찮냐고 시가 물었다의 저자 황인환 씨는 효율성을 추구하고 정답만을 강요하는 이 세상 속에서, 시와 마음은 정답도 없고 모호하기에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위치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모호함'을 견딜 수 없어 불안해하고 그 안을 바라보기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그 모호함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그 안에 존재하는 의미를 찾고, 견디며 나의 마음을 돌아보는 것이 현재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힘든 일을 겪고 있거나 겪었던 당신이 감정을 대처하는 자세.
<부정, 억압, 억제>
다양한 방어기제가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부정, 억압, 억제 세 가지가 있다.
부정은 사건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함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이다. 두 번째 억압은 내부에서 올라오는 감정은 못 본 체 함으로 '화 안 났어' ,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생각하거나 말하는 경우를 말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억제. 감정을 느껴도 드러내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이다. 일찍 철이 들어 버린 사람들이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나의 힘듦으로 인해 상대가 힘들어질 것을 염려하거나 상대에게 부정적인 감정의 영향을 준 것에 미리 죄책감을 느껴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들 또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과 힘듦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들에게는 확신이 필요하다. 그건 바로 나의 슬픈 감정이 상대를 힘들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말이다. 현실에서 이들을 만날 때는 어딘가 벽이 있는 것 같고 거리를 두는 것 같이 느껴지겠지만 사실 이들은 자신의 아픔으로 인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며 공감해 주는 상대가 나의 감정으로 아파할까 봐 두려워한다. 그래서 오롯이 자신이 모든 것을 짊어지려 한다.
도서 마음은 괜찮냐고 시가 물었다는 불안, 자존감, 무기력, 완벽주의, 외로움과 우울, 인간관계와 번아웃, 이별에 이르기까지 살아가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시의 모호함을 통해 당신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준다. 저자가 소개하는 시를 읽으며 어떤 문장이 내 마음에 와닿았으며 어떤 문장이 여러 번 읽게 하고 이 문장이 눈에 들어온 까닭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읽어나가게 한다. 현재의 결과와 눈에 보이는 성장만이 좇아 살아가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을 때 지난날로부터 성장한 내가 아닌 과거에 갇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미궁에 빠질 때가 있다. 과거에서 벗어나야 함을 알고 있음에도 과거만이 보일 때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함에 괴로워할 때는 잠시 멈춰서 저자가 소개하는 시를 꺼내 미래를 그려낼 준비를 하면 되지 않을까. 저자가 어떠한 이론도 충분하지 않을 때 시에 세 답을 찾았던 것과 같이 어설프게나마 나 또한 시를 통해 작은 빛을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