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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 경성 모던라이프 - 경성 사계절의 일상
오숙진 지음 / 이야기나무 / 2021년 9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당나귀와 전차, 자동차와 인력거가 한곳에 이리저리 엇갈려 길을 가는
이곳은 1930년대 경성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듯 경성의 풍경 또한 늘 새롭다. 경성의 안내자 '금파리'와 함께 걷는 경성의 거리. 금파리는 어린이날의 창시자인 방정환 선생님이 잡지 <개벽>에 기고한 소설 <사회 풍자 은파리>의 모티브를 얻어 탄생한 캐릭터라고 한다. 이제 이 '금파리'가 1930년대 개성의 건물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이모저모 안내를 시작한다.
계절은 봄 시간은 오후 두시쯤 도착한 탑골공원은 도심 속 작은 정원이다. 경성에는 탑골 공원 외에도 남산공원, 장충단공원, 사직공원도 있지만 경성 시민이 특히 많이 찾는 공원은 단연 탑골공원이다. 후문은 조선식으로 정문은 근대식으로 지어진 탑골공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흰옷에 갓을 쓴 노인이 담배를 피우고 있고 아이들은 원각사지 10층 석탑 주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양복을 입고 모자를 쓴 아저씨는 바람이 불 때마다 조금씩 몸을 움직이며 바람을 막아가며 신문을 읽고 있다. 다른 한쪽에는 왜인도 지게꾼도 걸인도 보인다. 그리고 팔각정엔 '룸펜(Lumpen, 부랑자 또는 실업자를 이르는 말)'이 일찍이 자리를 잡고 낮잠을 청하고 있었다. 나무 그늘엔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책을 한 권씩 갖고 수염을 만지며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고 보고 있는 사주쟁이들이 줄지어 앉아있다. 어슬렁거리던 아저씨가 나무 그늘에 담배를 피우며 발을 들였다.
"집 나간 아내를 어디 가면 찾겠소?"
도서 1930경성 모던 라이프는 이른 아침부터 밤 시간까지 경성을 움직이는 이들의 모습을 그래픽 스토리를 통해 우리에게 소개한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또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온다.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사람들의 옷차림이 바뀌듯 1930년대의 경성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희로애락만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래픽 작품 곳곳에 묻어난다. 일제의 치하 속에서 많은 역사들이 지워지고 무너진 터 위에 세워진 경성의 건물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도서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신문물과 전통이 충돌함과 동시에 그 다양성으로 억압된 사회 속에 자유로움을 찾아 움직인 1930년대 경성은 우리에게 모던 라이프라는 이름과 일제강점기라는 두 이름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