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의 시간 - 결국 현명한 자는 누구였을까
안석호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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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멕시코와 미국의 경계. 이 국경에 세워진 장벽에서 어린 두 자매가 브로커를 통해 벽을 넘고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려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고 가족을 만났다는 기사가 최근 올라온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세워지는 이 장벽들은 이곳을 넘어가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막지 못한다. 아무리 높은 장벽이 세워져 있다 할지라도 사람들은 그 장벽 너머로 가기 위해 더욱더 험난한 협곡, 깊은 강과 험준한 계곡, 뜨거운 사막을 걷는다. 때로는 더 멀리 돌아가 뗏목을 타고 밀입국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소망하던 땅에 도착하기도 전에 목숨을 잃는다. 장벽이 세워진 곳. 그 안팎의 사람들. 그들은 행복할까?



한국에도 DMZ 비무장지대가 존재한다. 남북을 가르는 38선의 경계가 생기던 날. 경계가 지나던 곳에 살던 마을 사람들은 그것이 가족들을 산산조각 낼 장벽인 줄도 모르고 고생한다며 그 경계선 세우는 것을 도와준 일이 있을 정도로 모든 일은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장벽을 세운 결과.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지워진 각국의 장벽들은 자국민을 고립시키고 통제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도서 장벽의 시간에서는 베를린 장벽을 세우고, 동독과 서독으로 나누어진 독일이 패전국으로 승전국인 소련과 프랑스, 영국, 미국에 점령 당하게 된다. 소련은 자신들의 공산주의를 팽창 시키려 했고, 미국은 이러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1947년 유럽 경제 재건 계획을 발표하며 진행하기에 이른다. 이 계획은 계획을 주도한 미국 국무장관의 이름을 따 마셜 플랜으로도 불리는데, 이 계획은 동독을 다스리고 있는 소련의 제국주의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서독 그리고 유럽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판단으로 시작되었다.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유럽들이 침체되다 못해 후퇴된 경제를 회복하고 스스로 힘을 갖게 되면 소련의 침략에도 방어할 힘을 가질 있을 것이라는 미국의 판단이었다.



이후 회복의 속도는 정말 눈에 띄게 서독과 동독이 갈리게 되었다. 제국주의는 높은 곳으로 모든 에너지가 쏠리게끔 되어 있다. 하여 주도적이라는 것보다는 일방적인 권력적 움직임으로 경제가 돌아간다. 이는 경제적 낙수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가 없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소련은 동독을 맡자마자 모든 철로를 뜯어다가 소련으로 가져가고 고급 자재와 가구들을 소련으로 옮겼다. 전쟁을 치러 경제적으로 힘든 동독은 소련의 행보로 더욱 일어날 수 없는 국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동독에서 이뤄지고 있던 산업 대부분도 해체시키고 소련 소속으로 기업을 옮기게 만들어 산업 발전에 있어서도 동독은 서독에 비해 더뎠다. 서독은 미국의 마셜 플랜에 주도 하의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산업 정책에 많은 힘을 쏟았기 때문에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벌어졌다. 동독과 서독의 통일될 때 서독의 GDP가 동독의 40%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하니 그들의 삶의 질 차이 또한 컸을 것이 짐작이 간다.



도서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세워진 장벽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이곳은 테러를 막기 위해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장벽이 세워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벽이 사람들을 도망가지 못하게 가둬놓는 역할을 하는 것만 같았다. 테러를 피해 도망갈 수 있어야 하는데 장벽이 세워져 도망가지도 못하고 장벽을 넘기 위해 또다시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 벽을 세운다는 것은 한 편으로는 다른 나라를 흡수하기에 좋은 경계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벽이 세워진 국가와 맞닿아 있는 국가는 장벽까지를 자신들의 나라의 경계로 생각해 조금씩 문화를 흡수해 나가며 국토를 늘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장벽을 세운다는 것 꺼림직한 기분이 들었는데 도서 장벽의 시간을 읽으니 아파트의 입구를 막는 설치물들이 늘어난다는 것. 다른 아파트와 구분 짓는 펜스가 생겨난다는 것.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권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O 아파트에서 택배 회사에 차량의 높이가 낮은 차량으로 배송을 하라는 요구를 한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자신들의 아파트에서 배송을 하기 위해선 자신들의 요구를 따르라는 것이었다. 해당 아파트라는 커뮤니티라는 이 장벽이 세워지고 이 장벽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세우는 것이. 하나의 권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더욱 체감한 기사였다. 도서 장벽의 시간은 커다란 세계의 장벽들을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생기고 있는 현시대를 이야기해 주고 있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장벽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장벽. 그것을 발견하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갇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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