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모르는 이웃
박애진 지음 / 들녘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저마다의 선조로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힘을 가진 핏줄을 타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성격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는 이 존재들은 우리 곁의 '이웃'이란 이름으로 서 있다. 그러나 이 이웃 앞에는 '우리가 모르는'이라는 잘 알지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주변에 있지만 잘 모르는 그들의 존재.
주인공 민수는 인간과 같이 성장해오지만 20대 중반쯤 되면 노화가 멈추고 그 상태로 백 년을 산다. 백 년을 사는 동안 아이를 낳지 않고 젊은 남자의 간을 먹으면 천년을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핏줄을 가지고 천년을 살아온 선조는 없었다. 이 핏줄은 아이를 낳게 되면 딸 하나만을 낳게 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낳아 길러진 딸은 다시금 천년을 살 것인가에 대한 선택길에 놓이게 된다. 자신의 엄마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주인공을 낳으면서 천년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선조들의 기억을 부분 부분 읽을 수 있는 주인공은 선조들의 기억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도 그들이 천 년을 살지 못했던 이유를 잘 이해하진 못했다. 그러던 주인공에게 열다섯 살에 찾아온 풋풋한 첫사랑. 자신의 천년의 삶을 포기할 계획을 하면서까지 사랑했던 첫 번째 남자친구와는 헤어짐의 수순을 밟는다. 주인공이 데이트할 때 하이힐을 신었고 그 키가 남자친구의 키보다 컸기에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이후 두 번째 연애를 하지만 이 또한 물리적인 거리가 생기고 마음에까지 거리가 이별 통보를 받고 헤어지게 된다. 천년의 삶을 포기할 만큼의 사랑이 주인공에게도 시작될 수 있을까..?
도서 우리가 모르는 이웃은 백 년 동안 늙지 않고 20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주인공이 주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타이틀을 바꾸며 살아가는 내용이 나온다. 백 년을 살기 위해 천년을 살기 위해 직업도 사는 곳도 주변 인간관계도 바꿔나가지만 그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나 자신을 숨기기 위해 모든 것을 변화시켜야 하는 주인공 민수의 삶은 천년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한들 행복할 수 있을까 싶다. 주인공이 핏줄을 따라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을 때 왜 선조들은 천년을 살지 못했을까에 '가난함'이 있었다.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해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엄마 세대부터 시작된 것이었고 그전에는 살아남기 위해 다음 세대에게 자신의 희망을 넘겨주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백 년을 늙지 않고 천년을 살 수 있다 해도 죽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굶어 죽을 수도 있고, 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엄마는 천년을 살 수 있다는 핏줄의 힘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주인공을 낳는 것을 선택했다. 늙지 않고 백 년을 살아간다. 젊은 남자의 간을 먹으면 천년을 살 수 있다는 소재는 늙어가는 것에 두려움으로 자신을 숨기는 인간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