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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이디스 워튼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3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도서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는 메리 보인과 에드워드 보인 이 두 부부가 '링'이라는 이름의 저택으로 이사 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저택은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데..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과 보일러 정비가 되어있지 않은 낡은 저택이기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고 저택을 얻는 것도 저렴하게 얻을 수 있었다.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도는 집에 아무도 가려 하지 않지만 이 부부는 오히려 먼 곳까지도 차를 몰고 가 유령이 나온다는 장소를 탐색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집에 있다면 굳이 찾으러 가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하는 식의 농담을 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이 저택에서 살기로 마음을 먹는다. 보통 공포 영화의 서두가 이렇게 시작되는데.. 밈 meme에서는 동양인이 공포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유령이 나온다는 집을 부동산으로부터 소개받을 경우 정원에 발도 안 딛고 다들 문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다시 걸어나가기 때문이라는 재밌는 밈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서양은 유령이 나온다는 집도 덜컥 구입하며 그 집에 들어가 사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영화화되어 잘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양에서는 유령이 나온다면 쉬쉬하며 숨기다가 들키는 경우는 있어도 대놓고 여기가 바로 유령이 나오는 집입니다! 하며 집을 광고하는 일은 없는데 말이다.
아무튼. 이 부부는 유령이 나온다는 저택에 살기 시작하며 도대체 유령은 언제 나오는 거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유령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사람의 말에 의하면 저택에 유령이 존재하지만 유령임을 알아차릴 수가 없다고 한다. 유령이 나오지만 유령임을 알아차릴 수가 없다니.. 무슨 말일까. 유령을 보지만 그것이 유령임을 나중에 알게 된다는 뜻이었다.
집을 정리하며 저택 꼭대기에 있는 작은 다락에 올라가 부부는 저택 아래의 풍경을 내려다본다. 그러던 중 정원을 향해 걸어오는 희뿌연 무언가를 보게 되는데 이를 보자마자 남편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정원으로 뛰쳐나간다. 무슨 일인 걸까.. 아내인 메리 보인 또한 내려가 상황을 보는데 아무도 없다. 서재엔 오직 남편만 있을 뿐이었다. 남편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누구냐고 물어보니. 뛰쳐나갔을 때와 달리 편안한 얼굴로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 후로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메리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자신의 남편을 찾으러 왔다고 말이다. 메리 보인은 남편과 약속을 잡지 않았지만 먼 곳에서 온 것 같아 보이는 젊은 남자에게 그냥 돌려보내려다 그를 멈춰 세우고 남편은 서재에 있다고 안내해 준다. 그리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남편을 보기 위해 서재로 간 메리는 남편이 집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낮에 남편을 찾으러 왔다던 남자와 함께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평온하고 따뜻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이 눈에 그려지던 부부에게 나타난 한 남자로 시작해. 이 저택의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빠르게 전개되어 술술 풀려나가는 것이 단숨에 읽게 되며 동시에 해가 진 뒤에 이 책을 손에 들었다는 것을 조금 후회하게 된다. 환하고... 환한 대낮에 읽을걸.... 아직 읽기 전 이 서평을 보고 계시는 독자분들이라면 대낮에 읽기를 추천하고 또 추천한다.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의 원작 제목은 사실 The Ghost Stories of Edith Wharton으로 이디스 워튼의 유령 이야기들이지만 환상 이야기라고 번역함으로 유령이 가지고 있는 신비함을 살렸다. 또한 번역도 훌륭해서 서두를 조금 읽다가 번역가가 누구시지?? 하면서 번역가를 다시 찾아보기까지 했다. 이분이 번역하신 다른 도서들도 한 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더욱 독자와 긴밀하게 연결하기 위해 역자의 역량이 어마 무시하게 중요하다. 본 도서에 있어서는 번역가 선택이 탁월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식으로 잘 번역된 '가마솥'이라는 단어나 주인공 메리 보인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가 쓴 문장을 '두 사람의 속삭임이 길을 더듬어 서로에게 나아가는 것 같았다'라고 표현한 것이 주인공 메리 보인의 심정을 잘 짐작할 수 있어 좋았다.
번역된 소설의 안타까운 점은 원어 사용자가 아니면 소설이 갖고 있는 유희를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도서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는 이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미스터리함과 신비스러움을 잘 살려내 안갯속에 유령을 보는 듯 환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