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탄생 - 오늘을 만든 사소한 것들의 위대한 역사
주성원 지음 / 행복한작업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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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도서 일상의 탄생은 이것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할 뻔했나부터 시작해 이런 연유로 생겨나게 된 것이구나 하는 아하!스러운 것들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 속 다양한 음식과 여과 생활까지 어떻게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며 신기했던 것들을 모아둔 책이다.



첫 번째 배달의 민족은 냉면을 시켜 먹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들은 늘어나고 영업 규제로 인해 외식도 줄었다. 이러한 외식 문화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배달 문화인데 이 배달 문화. 조선 시대 때도 낯설지가 않았다. 더운 날 몸을 식혀주는 동치미 살얼음이 동동 띄워져 있는 시원한 냉면. 추운 겨울날 먹는 새콤달콤하고 값싼 냉면. 쫄깃한 면이 물이 여러 번 헹궈져 면발의 탄력을 더하고 깊은 고기 육수의 맛이 면과 함께 올라와 후루룩 먹게 되는 이 냉면. 아직도 평양파와 함흥파가 나눠질 정도로 냉면이라는 음식은 마니아층이 두텁다. 1939년에도 '냉면당'이라하는 냉면 매니아들이 활동하고 있었으니 그들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 신문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1939 년도에 발간된 신문에서 일부 발췌한 부분을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날씨가 차차 더워짐에 따라 일반 음식 중 냉면이 환영받고 있는데, 소다를 섞어 부정 판매한 냉면 업자가 적발돼 냉면당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 도서 146페이지



이 '냉면당'이라는 표현은 1970년대까지도 널리 사용했을 정도로 냉면은 오래전부터 마니아층이 매우 두터웠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냉면에 육수에 소다를 섞어 판매하다니..!! 냉면당은 이를 용서할 수 없다!!) 조선 제23대 왕인 순조가 즉위 원년에 궐 밖에서 냉면을 사다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아 이 냉면은 신분을 막론하고 사랑받는 음식이었던 것 같다. 또한 궐 밖에서 사다가 궁에서 먹었다는 것은 배달이 가능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역시 배달의 민족. 사실 조선시대에서의 냉면은 더운 날 몸을 식혀주는 차가운 음식이 아닌 겨울에 즐기는 별미 정도였다. 냉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원한 냉면은 겨울에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에도 냉면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조선 후기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였다고 한다 사계절 내내 냉면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에 계절 별로 먹는 냉면에 대한 감상평이 '사철 명물 평양냉면'이라는 제목으로 <별건곤> 1929년 12월 호에 실리기도 했다고 한다. 냉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는데 그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저렴한 가격에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의 조미료가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고기를 많이 쓰지 않아도 조미료를 이용하여 저렴한 가격에 감칠맛 나는 냉면 육수를 생산할 수 있었다. 조미료를 통해 고기 육수 맛을 내는 것에 어려움이 줄기에 보급 또한 간편했던 것으로 보인다. 요즘에는 물가가 많이 상승해서 옛날처럼 저렴한 가격에 냉면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많이 대중화되고 조리 또한 간편화되어 집에서도 쉽게 냉면을 해먹을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당신을 자유롭게 하리라. 세탁기.

인류 역사상 위대한 발명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세탁기. 세탁기의 탄생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사 노동에서 일부분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인간을 둘러싼 외부 환경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입기 시작한 의류가 더 이상 보호의 기능을 넘어서 자신을 과시하고 치장하는 소품으로 자리 잡았을 때 인간에게 더 많은 숙제 또한 생겨났다. 이 옷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손으로 하나하나 골라 빨고 도구와 세제를 구분하며 인간은 더 고생스러운 길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소비되는 에너지도 시간도 늘어났다. 빨래하는 기계가 나왔다는 소식은 현대 여성들에게 있어서는 화장 지워주는 기계가 나왔다는 것과 같은 혁신적인 상품이었을 것 같다. 세탁기가 처음 발명된 것은 1767년대였고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세탁기의 형태로 세탁기가 개발된 것은 19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이뤄진 일이라고 한다. 또한 전기 동력 사용이 세탁기에 적용되기 전이기 때문에 이때 당시의 세탁기는 손잡이를 돌려 움직이거나 발로 페달을 밟아 회전축의 날개를 움직이는 시스템이었다고 한다. 옷 한 번 빨기 고생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다행히도 20세기 들어서 전기로 움직이는 세탁기가 개발되었고 모두가 예상하였던 이 세탁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렇다면 한국에 세탁기가 들어오게 된 시기는 언제쯤일까? 바로 1969년 지금의 LG전자인 '금성사'가 처음으로 전기 세탁기를 출시했다. '금성' 참 오랜만이다. 과거 한국에 세탁기가 집집마다 보급되기 전까지는 나무로 된 빨래판과 빨래 방망이가 마당에 한구석에 혹은 물 펌프 옆에 집집마다 놓여 있었다. 우물가 옆까지 가려다가 말았다. 요즘에는 빨래판이 맷돌과 같은 박물관 전설처럼 남아있을 것 같은데 과거에는 그랬다고 한다... 아무튼 세탁기가 없었더라면 아직까지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세탁기의 존재 인간의 삶에 있어서 많은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버팀목으로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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