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니코 워커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포일러 주의※



'CHERRY' 체리. 도서의 이름처럼 책 또한 체리색이다. 이 체리색 안에는 수많은 별들이 프린트되어 있는데, 가까이서 보면 수많은 별들이 예쁘고 선명한 체리색 위에 올려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도서의 줄거리와 같이 조금 떨어져서 보면 방황하는 젊은이의 모습은 해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마약쟁이이다. 마약을 손에서 놓을 수 없으며 마약을 하지 않고서는 일상을 버텨내질 못하는 듯 보인다. 그에게 있어 자신의 목숨을 다 던져버린 싶을 만큼 사랑에 빠지게 할 여자가 나타난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에밀리'.에밀리는 부모님이 일찍이 이혼을 하였고, 그 이혼 사유에는 아버지의 외도가 있었다. 아버지의 외도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바로 에밀리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 일을 눈감아주기만 한다면 그녀가 원하는 배구 캠프에 보내주겠노라고 회유를 한다. 그러나 에밀리는 어머니께 이 일을 고발함으로 그토록 원하던 배구 캠프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 그녀는 남자 주인공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아. 그저 페로몬이 사람을 두고 장난을 치는 것일뿐."


"너 역시 나쁘고 거짓말쟁이일지도 몰라."



라고 말이다. 그녀의 시간은 아버지의 외도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그 나이로 멈춰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종종 그녀가 사라지면 그는 찾으러 다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녀를 발견하기 하니깐 말이다.



이 남자의 삶은 어떨까. 남자는 마리화나, 엑스터시, 헤로인. 다양한 마약들이 그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군대라는 자신의 삶에 새로운 선택지를 받게 된다. 학교를 그만두고 군대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한 뒤. 그는 이라크에 위생병으로 파견을 가게 된다. 이라크에 가기 전에도 마약을 사는 돈을 얻기 위해서 혹은 생활에 필요한 돈을 얻기 위해서 마약을 팔기도 하며 은행 강도로 생활하기도 했던 주인공이었지만 이라크에서의 생활은 기존의 생활했던 삶의 경험들을 뛰어넘는 잔혹한 기억을 선사한다. 작전 중에 어린아이를 맞닥뜨리게 된다면 어린아이를 죽이고 후에 일어날 작전과 동선이 적군에게 노출되는 등의 일들을 예방해야 한다는 압력. 전쟁 속에서 총도 그 어떤 무기도 갖고 있지 않는 가족일지라도. 그들을 위협하고 폭행하는 일들은 전쟁 중, 작전 중이라는 말로 자행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또한 어떤 이는 허벅지에는 전쟁 중에 튀긴 파편으로 인해 구멍이 나기도 했고 내가 기억하던 사람이 나의 위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몰골로 죽기도 한다. 이러한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물고 뜯는다.



마약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며 사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절망하지만 그 가운데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며 누군가가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것에 마음 아파한다. 고통받고 있다. 그 고통을 잊기 위해선 더 강한 마약을 찾아야만 한다. 주인공의 삶은 고통과 마약이라는 두 단어가 혈관을 타고 끊임없이 순환하는 듯했다. 전쟁이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쟁은 어느 쪽에도 승자는 없음을. 또한 고통을 잊기 위해 마약을 선택하는 것은 헤어 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에 자신을 밀어 넣는 것임을 저자는 경고하고 있는 듯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