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시대의 종말
비비언 고닉 지음, 홍한별 옮김 / 엘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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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의종말 #비비언고닉 #독서비평에세이

도서제공 | @ellelit2020

옛~날 연애소설은 사랑이 인생의 해답이라고 믿었었지.
(지금도 그렇게 믿는 사람 있지 않을까.)
운명적인 만남 하나가 삶을 완성해 줄 거라고.
(그 솨람이 바로 나야~🙂‍↕️)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알잖아요?!

사랑은 사람을 구원하는 마법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랑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경험이라는 것을.

150년도 더 된 연애 소설들..
크로스웨이스의 다이애나,
안나 카레니나,
제인 스마일리,
레이먼드 카버,
그리고 수많은 작품들.

익숙한 작품들도 고닉의 시선을 통과해서 보니 전혀 다른 면면들을 보여준다. 단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인간 존재를 탐구하는 텍스트로 다시 보인다는 것을.

사랑은 결말이 아니라 과정이고,
상대를 이해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마주하게 만드는 경험이라는 것.
오히려 사랑만으로 인간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대가 끝났음을 강조한다.

이 책을 덮고 나니 사랑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오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사랑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쉽게 시대와 함께 의미를 바꾸어 왔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로맨스 소설 속 달콤한 환상이나, 사랑이 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구원의 서사’에 정면으로 균열을 내는 날카롭고도 지적인 책..!!!!

“사랑을 말하지만 결국 인간을 이야기하고,
소설을 말하지만 결국 우리 삶을 이야기한다.”

+ 흥미진진하다, 흥미진진해!
+ 그 때 그 시절 연애소설이 어떻게 쓰이게 되었는지 소설 속 인물들이 “그들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아닌 왜 이별과 배신을 선택하였는지 활자를 따라가보니 어느새 장바구니에 책들이...!(두둥)
+ 좋은 비평이란, 이미 읽은 작품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들고,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을 곁에 두고 싶게 만드는 것.. 비비언 고닉은 그런 신비롭고도 뛰어난 비평가인 것을. 저자의 다른 작품도 봐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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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앨런 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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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앨런레비 #이키다서평단 #감동휴머니즘 #힐링소설

도서제공 | @ofanhouse.official @ekida_library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 테오가 가상의 남부 도시 ’골든‘에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마을 카페 ‘챌리스’ 벽에 걸린 타인들의 연필 초상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강렬한 에피파니를 경험하게 된다.

(*에피파니 : 어떤 사물이나 본질에 대한 진리를 갑작스럽게 깨닫는 강렬한 순간.)

테오는 초상화를 하나씩 사들인 뒤, 그림의 주인을 찾아가 그림을 돌려주며 단 하나를 부탁한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는 한 사람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고, 그들의 삶을 귀 기울여 듣는다.
그리고 사람마다 작은 ’초상화 증정식‘을 열어 준다.
담백한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천천히 쌓아 올린다.

테오에게 초상화는 무슨 의미인걸까. 왜 그들의 초상화를 물끄러미 바라봤을까.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상처, 사랑과 후회가 담긴 삶의 기록이 아니었을까. 잊고 있던 초상화가 제 주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잊고 지냈던 자신의 삶을 다시 마주하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한 장의 초상화가 한 사람을 움직이고, 그 변화가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며 공동체 전체를 조금씩 따뜻하게 만든다. 예술이 사람과 사람을 다시 이어지게 만든 것이다. 이것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예술의 힘 아니겠는가.

누군가에게는 잔잔한 힐링 소설이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이 소설이 진정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테오의 친절과 선함, 다정함을 관통하는 가장 큰 덕목은 바로 경청이라는 것을.

함부로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고,
고치려 들거나 쉽게 조언하지도 않는다.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끝까지 듣고 대화를 나눈다.

읽다 보니, 나의 인생책 “흐르는 강물처럼”이 떠올랐다. 강물이 흘러가듯 사람도 시간 속을 흘러가며 상실과 사랑, 용서를 배워 간다는 점이 닮아 있었다. 이 작품은 그보다 훨씬 더 잔잔하지만, 마음을 천천히 적셔주는 힘은 결코 작지 않았다.

또 다른 인생책 “스토너”도 생각났다.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한 인간의 품위와 태도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특히 더 그랬다. 다만 스토너는 깊은 쓸쓸함을 담았다면 테오는 조금 더 다정하고 따뜻한 온기를 품은 소설이었다.

인생의 따뜻함,
사람의 다정함,
품위 있는 노신사의 조심스런 경청이
나 역시 내 힘듦도 털어놓고 싶게 만들었고,
그의 존재가 큰 위로가 되었다.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테오 할아버지의 다정함은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충만하게 채워갈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소설이었다.

+ 오직 입소문만으로 밀리언셀러라니,,, 이 소설이 광고보다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사랑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자극적인 사건으로 독자를 붙잡기보다,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경험을 선물해주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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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라이프 ㅣ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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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라이프 #히가시노게이고

도서제공 | @hdmhbook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은 참 오랜만이다.

‘산장’이 들어간 작품들은 중반까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결말에서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인지 어느새 그의 힐링 소설을 더 좋아하게 되었는데…
아직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매스커레이드 라이프”는 더욱 기대가 됐다.
매스커레이드 시리즈는 처음이라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한 마음으로
첫 장을 펼쳤다.

프롤로그에는 닛타 고스케의 학창 시절이 짧게 등장하고,
시간이 흘러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대는 호텔.

그동안 형사였던 닛타는 이제 호텔의 보안 책임자가 되었고,
호텔을 지켜야 하는 입장과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책임 사이에서
이전보다 더 복잡한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추리소설 신인상 심사 장소가 갑자기 호텔로 변경되면서,
경찰은 과거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그 자리에 나타날 가능성을 포착한다. 하지만 정작 용의자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호텔이라는 공간은 늘 완벽한 미소와 최고의 서비스를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목적을 숨긴 사람들이 머문다.
그리고 그 고요한 공간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휩싸인다.

과연 경찰은 정체를 숨긴 용의자를 찾아낼 수 있을까.

잔잔한 시냇물처럼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긴장감이 조금씩 차오른다.
그리고 섬뜩한 살인사건 이야기가 좀 충격적이었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뛰어난 가독성과 몰입감은 여전하다.
화려한 장치보다 사람을 의심하게 만들고,
평범한 대화 속에서도 단서를 심어두는 방식은 역시 능숙하다.

엄청난 반전을 기대하기보다(어느정도 예상은 했음.. 게이고이기에), 조용히 스며드는 긴장감과 인간 심리를 따라가는 재미를 즐기기에 좋은 작품.

그래서일까.

큰 기대를 품고 펼치는 작가는 아니어도,
신작이 나오면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이름.

히가시노 게이고는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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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밤
임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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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밤 #임선우

도서제공 | @munhakdongne

상실은 끝나는 감정이 아니라,
조용히 삶에 스며드는 감각인지도 모르겠다.

임선우의 ”지상의 밤“은 그 감각을 가장 임선우다운 방식으로 풀어낸 소설집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잃었다.
가족을 잃고, 관계를 잃고, 이전의 자신을 잃는다.
그 상실을 품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

사람이 해파리가 되기를 꿈꾸고,
죽은 반려견이 유령이 되어 곁에 머물며,
누군가는 물이 되어 흘러간다.

처음엔 이런 비현실적인 소재때문에 멈칫했는데
자꾸 읽다보니 작가님이 전하고자 하는 상실의 슬픔과 그 슬픔을 위로해주는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이 기묘한 설정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현실에서는 끝내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표현하기 위한 언어라는 것을..

임선우 작가님은 소설세계가 확실히 독특하다.
이런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어쩜 이런 귀엽고도 재밌는 발상을 하시는지💛
읽어갈수록 그 매력에 빠져들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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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여인의 선물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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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여인의선물 #데니스존슨 #소설집

도서제공 | 다산책방

와- 읽어가기 쉽지 않다.
분명 문장을 따라가고 있는데 이야기는 자꾸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인물들의 기억은 조각나 있고, 시간은 불쑥 뛰어넘으며, 작가의 친절한 설명 또한 없다.

데니스 존슨의 전작 <예수의 아들>과 <기차의 꿈>을 읽었건만
이 책이 제일 난해한 것 같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매끄럽지 않은 이야기의 흐름.
기억이 떠오르는대로 불쑥불쑥 나타난다.
오래된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고, 죽은 친구를 생각하다가
또 아무렇지 않게 보통 일상으로 넘어간다.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평범했던 순간들이
오히려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의 작품을 접하기 전에 우선 작가부터 알아가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좀 도움이 된다.
작가 소개글을 보면 이렇게 쓰여져 있다.
“작가는 20대 시절, 술과 마약의 유혹에 빠져 방황했다. 이때의 경험은 훗날 그가 사회 가장자리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절망과 소망을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그려내는 문학적 밑거름이 되었다.”


데니스 존슨은 삶을 어떻게 바라본 것일까.
죽기 전 무엇을 가장 떠올랐을까.
작중에서 전달하고픈건 인물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이 책이 평이 높은 이유!!!
작가의 특유의 문체(확실하게)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지막 작품에서 가장 농축되었다고 보기 때문..!!!!!!!

술 안 받는 날, 삼키기 힘든 것처럼 어려운 작품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작품이 안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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