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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다스리는 최고의 밥상 - 맛있게 먹으면서 치료하는 맞춤 식단
동아일보사 편집부 지음 / 동아일보사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나도 이제 반백년을 살았는데... 엄마의 밥상을 준비하기는 처음이다. 물론 밥을 해서 드린 적은 있었겠지만... 엄마가 만들어둔 반찬을 꺼내 먹거나 식구들 모인 김에 음식해서 함께 먹는 것이지 엄마만을 위해 장을 보고 메뉴를 걱정하기는 처음이라는 말이다. (자랑이 아니라 사는 게 그렇더라는 이야기다)
언제부턴가 약봉지를 끼고 살아도 세월덕분이려니... 워낙 약도 잘 챙겨드시니까 괜찮겠지 하면서 정말 무심하게 세월을 훌쩍 보냈다. 궁색한 변명이라면 나 역시 삶의 한 고비를 건너며 간단치 않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고, 엄마는 영원히 엄마인줄 알았다. 누군가 챙겨주는 사람이 있어야하는 노인네가 다 된 줄 모르고...
지금 나보다 15살이나 어린 나이에 15살이 채 안된 큰 딸부터 3살짜리 막내까지 7남매를 홀로 키워온 엄마는 음식솜씨도 좋으시고 음식해서 나눠먹기도 좋아하셔서 제철 음식이며 명절음식까지 잘도 해 먹이셨는데... 당신이 막상 아프니 당장 조석 끼니 챙겨드릴 사람조차 마땅찮다. 챙겨드릴 맘이 있다해도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맘만 수선스럽다.
지난 7월말.. 불행중 다행으로 의식불명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에 열흘쯤 입원하고 서울 큰 병원에 가라고 소견서를 받아들고 읽어보니 대한민국 5대 질병중 "암"빼고 다 있었다... 심장병, 당뇨병, 부정맥 등등... 3주전 11시간짜리 대 수술을 하고 퇴원한 지 열흘쯤... 모범생답게 약도 잘 챙겨드시고 경과도 다행히 좋다.
제일 문제는 심장병과 당뇨병이 함께 있다고 하니 집에서 뭘 챙겨드려야하는지 막막했다.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여기저기 많은데... 하루 3끼 꼬박꼬박 먹어야하는 병에 뭘 어떻게 먹어야하는지 심난해져서 책을 찾다가 발견한 책... 책 제목 자체가 사막에서 오아시스 만난 기분이었다면 호들갑스러운 표현일까?
당뇨가 심한 상태는 아니고 주초 검진때 수치는 다행이 안전권이었다. 심장도 수술부위만 회복되면 예전보다 건강이 나아질 듯한 성급한 느낌도 있고... 아무튼 책에서 시킨대로 그램수 재어가면서 음식을 하진 않는다는 고백을 길게 해본다.
하지만 적어도 고기나 곡류 등 식재료 자체를 겁내는 패닉상태는 벗어나게 해주었다. 평소 드시던 대로 야채나 생선 해조류를 골고루 먹고 양을 조절하고 조리법을 살짝 바꿔주면 된다는 기본 팁을 글자가 아니라 맛깔스런 사진으로 보고 나니 밥상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나나 아들의 체중조절용 식단으로 오히려 더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다.
저녁메뉴가 막막한 휴일낮 책장을 죽 넘기면서 행복한 시간을 갖기도 하고.. 집에 있는 재료로 살짝 바꿔보기도 하고... 집집마다 식재료를 보면 습관적으로 떠오르는 메뉴가 있고 실상 밥상을 다양하게 챙기게 되지 않는다. 우리집만 해도 닭은 백숙, 닭죽, 미역국 최근에 카레, 가끔 오븐구이 이 정도면 아무로 불만이 없다. 하지만 닭고기 요리가 얼마나 다양한가.. 또 야채와의 신선한 만남으로 화려한 한 접시가 되는 요리가 많다. 이렇게 재료의 신선한 배합을 통해 소소한 파격을 즐기는 것도 그날이 그날같은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는 방법인 것 같다.
어떤 이유로 이 책에 관심을 갖든.. 먹는 일의 즐거움을 누리고 또한 먹는 일의 중요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사람은 그 사람이 먹는 것 그 자체다 라는 말을 신봉하지는 않더라도 부인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돈과 명예를 다 잃어도 건강을 잃지 않았다면 아직 잃은 게 아니라는 말도 있듯이 이 책을 통해 "건강"으로 가는 오솔길을 발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