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자상한 아버지가 자녀를 위대한 인물로 만든다.”
라는 서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을 구입한 것은 내가 봐도 속터지게 저 혼자 행복한(?) 아들과 남편의 전쟁이 일상화되어 집에 들어오기 겁날 즈음이었다.
양심적으로 아들에게 화내는 남편도 충분히 공감되었고, 속이야 어떻든 겉보기엔 아침밥도 거르고 부산나게 학교를 가니 학생은 학생인데... 딱 거기까지만 학생인 아들이 금방까지 해실거리며 뒹굴거리다가 아빠와 마주하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나중엔 눈물까지 글썽이는데.. 개입할 수도 모른체 할 수도 없이 답답하던 때...
지금도 성적이나 학습시간 등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긴장모드는 해제된 상태다. 애비는 맘을 비우고, 방학때는 심심해서 싫다는 아들은 여전히 비슷하게 행복모드로 학교를 다니는 중이다.
연배가 꽤 있는 저자들이 아버지노릇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실천적인 팁까지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는 점은 좋았다. 사실 이 책을 고른 것도 같은 남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한 책이 그나마 남편에게 저항감이 덜 할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남편은 형광펜으로 줄까지 그어가면 읽기 시작한 것 같은데.. 끝까지 읽은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충분히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한 것 같다. (20년쯤 한 집에 살면 그냥 알게 되는 사항들)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보고 “오늘은 조심해야겠구먼..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가” 라며 방으로 들어간다. 능청스런 곁눈질과 함께..
함께 살기로 하고 함께 낳은 아이 함께 기르자는 이야기에 이의가 없기까지 거의 20년이 흘렀다. 수없이 싸워가면서.. (남자만이 가능한) 아버지 노릇하자는 것이 왜 남성성을 해치려는 음흉한 수작으로 들리는지 난 지금까지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먼발치서 보는 느낌이더니 아들이 자기 키만큼 자라니까 자기 일로 접수하고 살짝 자기 앞으로 당겨놓기는 했는데.. 갑자기 아들에게 그 깊은(?) 사랑과 관심을 보이니 아들이 기겁할밖에.. 아무튼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기다릴 수밖에....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저항감이라면.. 우선 아이기르는 일이 저자들에게는 무척 점잖은 일이라는 것이다. 그게 가능하려면 어떻게 참여한 걸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솔직히 아이를 기르던 시간들은 “짐승같은 세월”이라는 표현이 더 가슴에 닿는게 엄마의 현실인데 말이다.
다음으로 아이를 기르는 일이 아이의 정서 학습발달에 도움이 되니까.. 엄마보다 영향력이 더 있으니까 참여해라는 논조가 살짝 비위가 상한다. (죄송)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이를 기르면서 부모가 먼저 자란다는 것이고, 아이기르는 일까지 세상의 성공지표로 가늠한다는 것은 씁쓸하다.
꼭지가 돌만큼 힘들게 하고, 일상의 소소한 일을 한결같이 챙기는 일이 정말 힘들었지만 아이는 그 자체로 선물이고 보배이기 때문이다. “못나도 울엄마”이듯이 “못나도 내자식”이니 말이다. 어쩌면 “잘나지 않아서 내자식”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