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지 않았다 - 삶이 다시 열리는 시간 중년의 인생 매뉴얼
한명석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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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사춘기를 호되게 겪고 인디라이터로 첫발을 내디딘 형님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로 만나지 않고 실제로 지난 50여년의 세월 어느 구비에서 만났다면 저랑은 서로 끌리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무슨 저런 화상이 있나? 싶은 기억조차 남기지 않았을 성 싶네요.  

비슷한 시기를 살았으면서도 기질이나 지향하는 바가 많이 다른 20~40대 모습이 겹쳐지거든요.. 근데 신기한 것은 50대의 모습을 그려보니 첫 만남에 테이블 저쪽 끝에 있더라도 대강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감히 이런 객기를 부리는 것은 속내를 드러낸 형님의 책을 먼저 읽었기 때문만은 아닐겁니다.  

이런저런 젊음의 뒤안길을 휘돌아 중년의 강물에서 만난 개울물들이 서로 많이 다르더라도, 굳이 많은 말은 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수고했노라”고 서로 찡긋 윙크해줄 수 있는 게 흰머리를 얻은 자들의 여유와 너그러움 일테니까요.

직장선배님께서 주초에 제게 형님의 책을 선물해주셨지요. 그 분은 제가 저술과 강연으로 살아가면 좋겠노라는 말씀을 오래전부터 하셨는데, 블로그조차 몇 년째 포스팅을 멈추고 안부메일은 커녕 업무메일도 인색하게 용건만 간단히 전하는 제가 많이 안타까우신 듯 합니다.  

형님은 익히 아시겠지만 글이라는 게 쥐어짠다고 나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사는 게 엄청 절박하거나 아님 어느 정도 여유 있거나 이런 시간에 그 시간과 공간에 맞는 표현이 나오는 법인데..  

지난 몇 년간 해동된 생선 같은 시간들이었거든요. 신선함은 잃은 지 오래고, 양념 맛은 아직 더해지지 않은 시간들.. 형님의 표현을 빌자면 생활의 의무를 다하는 시간들이요, 얼마전 작고하신 박완서님의 표현을 빌자면 “자식을 낳아 키우던 짐승 같은 세월”쯤 되겠네요.  

그렇다고 자녀에 올인하거나 가사에 아등바등하면서 살아온 “좋은 엄마, 착한 아내”와는 애당초 거리가 멀답니다. “그냥 엄마, 그냥 아내”하기에도 만만치 않더군요. ㅎㅎㅎ  

멋진 모습 자주 뵐 수 있게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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