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
헤르만 헤세 지음, 구기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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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아마도 중학교 시절 논술학원을 다닐 때 접했던 책이다. 당시의 난 어른의 권위에 충실히 따르기에는 너무 많이 자랐지만, 방황을 멈추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었으므로, 중간도 채 읽지 못 하고 그만둔 것으로 기억한다. 대저 이런 식으로 내가 어린 시절에 놓친 고전이 한 두개가 아니다. 깊이 후회하고 반성한다. 지금이라도 죄다 읽어내어야지.


 세계에는 내적인 방황에 빠져있는 꼬마 싱클레어들이 많았고, 지금도 여전히 많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많을 것이다. 1차대전 발발 전의 유럽,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독일의 젊은이들은 확실히 니체의 절대적인 영향 아래 놓여있었음이 분명하다. 자신의 운명을 마주하고, 고독하게 걸어나간다는 테제는 당시 피끓는 청춘들에게 조명받기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데미안에게서 초인의 목젖이 만져지는 것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광장에서 추락한 광대에게 손을 내미는 차라투스트라처럼, 자기 운명을 들여다보는 것을 감내할 수 있는 '표지'를 가진 이들에게 데미안은 지도자이자, 초인의 형상이었던 것이다. 일찍이 기독교-로고스주의의 이원론적 도덕관(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은 (니체에 따르면) 데카당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던 바 있다. 싱클레어가 처음 붕괴를 목도했던 세계 역시 기독교적인 그것과 다르지 않다. 이후로 그는 점차 순종적인 유아(낙타)에서 방탕한 청년(사자)을 거쳐 운명을 그려내는(어린아이) 단계로 나아간다. 차라투스트라, 그리고 아프락사스는 운명 끝에 당도하여 다시 자기에게로 되돌아 올 자신의 형상이자, 세계에 도래할 초인의 또다른 이름인 셈이다.


 개인서사로 투영한다면, 데미안은 세상의 모든 싱클레어들을 위한 책이다. 세계를 깨어버려야 하는 운명을 짊어진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한 희망서사. 희망이라는 말이 잔인하게 변질되어버린 오늘날, 잠시 속세를 등지고 '희망'다운 '희망'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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