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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벼루 - 김정희와 허련의 그림 이야기 ㅣ 토토 역사 속의 만남
배유안 지음, 서영아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토토북 / 2016년 3월
평점 :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제목 : 구멍 난 벼루
지은이:
저자 배유안은 2006년 『초정리 편지』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받으며 작가가 되었습니다. 동화와 청소년 소설 창작의 즐거움에 빠져 있고, 아이와 어른이 다 함께 읽을 수 있는 명작 하나 쓰는 게 꿈입니다. 지은 책으로 『스프링벅』, 『콩 하나면 되겠니?』, 『분황사 우물에는 용이 산다』, 『아홉 형제 용이 나가신다』, 『할머니, 왜 하필 열두 동물이에요?』, 『서라벌의 꿈』, 『뺑덕』, 『쿠쉬나메』 등이 있습니다.
그린이 서영아는 추사의 호통에 덩달아 마음이 뜨끔해지는 그림쟁이입니다. 정신을 담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린 책으로 『진돗개 보리』, 『내가 가게를 만든다면?』, 『밥상을 차리다』, 『어떤 아이가』, 『해리엇』 등이 있습니다.
감수자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은 전국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모여 활동하는 교과 연구 모임입니다. 어린이 역사, 경제, 사회 수업에 대해 연구하고, 학습 자료를 개발하며, 아이들과 박물관 체험 활동을 해 왔습니다. 현재는 초등 교과 과정 및 교과서를 검토하고, 이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행복한 수업을 만드는 대안 교과서를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출처: 교보문고
http://book.naver.com/product/go.nhn?bid=10414927&cpName=kyobo&url=http%3A%2F%2Fwww.kyobobook.co.kr%2Fcooper%2Fredirect_over.jsp%3FLINK%3DNVB%26next_url%3Dhttp%3A%2F%2Fwww.kyobobook.co.kr%2Fproduct%2FdetailViewKor.laf%3FmallGb%3DKOR%26ejkGb%3DKOR%26linkClass%3D%26barcode%3D9788964963036
내용:
이제는 낙향한 허련의 뺨을 서늘한 바람 한줄기가 스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먹을 갈던 허련 영감에게 한 인물깨나 함직한 고양이 한마리가 나타납니다. 어느새 고양이는 간데 없고 못보던 소년 하나가 나타납니다. 소년의 구멍난 벼루에 대한 질문에 허련영감은 스승인 추사 김정희를 만나던때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진도에서 초희대사의 소개로 김정희를 처음 만나는 이야기,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으며 그림 공부 하던 이야기, 스승인 추사가 유배가는 이야기, 스승을 따라 유배지를 찾던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술술 나옵니다. 나중에 소년이 고양이였는지 고양이가 소년이었는지 허련이 꿈을 꾸었는지 모를 듯하게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p9
[모질도]란 원래 고양이와 나비를 함께 그려 장수를 기원하는 그림이었다. 고양이는 일흔 살, 나비는 여든 살을 상징했다. 그런데 추사 선생은 고양이 한 마리만 달랑 그려 놓고 [모질도]라고 했다. 나비 없는 모질도라니, 게다가 그림 속의 고양이는 눈이 맑고 형형하여 늙었거나 주눅 든 기색이 전혀 없었다.
-고양이와 나비 그림에 이런 의미가 있었군요. 박영수 저 [유물 속의 동물 상징 이야기]에도 고양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170페이지에서"
고양이를 신묘하게 여긴 것은 우리뿐이 아니다. 중국에서도 고양이를 좋게 생각했으며 그런 정서를 바탕으로 고양이 그림을 오래 살라는 장수 축원도로 그렸다"라고 합니다.
박쥐는 복을 의미한다고 합니다.그래서 중국 식당에서는 붉은 글씨로 복자를 크게 써서 거꾸로 붙여 놓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박쥐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복이 달려 있으라는 뜻이랍니다.
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삽사리는 신라 시대 때 티베트에서 들여온 털 긴 개의 변형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당시 티베트에서는 털 긴 개를 귀신을 쫓고 행운을 주는 개라 하여 돈으로 사고 팔지 않고 선물로만 주고 받았다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개를 저승길 첫째 관문을 지키는 삼목대왕의 화신이라 여기고 잡아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원숭이에 대해서는 오원 장승업이 그린 원숭이 그림에서 천도 복숭아를 꼭 쥐고 있는 원숭이는 장수 기원 상징화라고 합니다. 두 마리 원숭이가 자손번창을 상징하고, 복숭아와 폭포는 장수를 의미한다.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물처럼 자손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p19
허련 영감은 '아니 오래전에 돌아가셨지,'라고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이가 물은 건 스승님이 죽었느냐가 아니라 지금도 배우느냐는 것이었다. 아이가 대답을 재촉하며 까만 눈망울을 굴렸다.
"그래, 지금도 배우고 있지."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문답이네요.
p61
옹방강의 서재에서 중국 서예사에 새롭게 눈을 뜬 추사 선생은 우선 스승인 옹방강의 서체를 익힌 후 중국 고대 상형 문자부터 한, 진은 물론 당, 송, 원, 명,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이어져 온 중국 서법을 다 익힌 뒤 자신만의 글씨체를 만들었다. 옛 법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하나도 옛것과 같지 않은 서체가 바로 추사 선생의 서체였다.
독창적인 학술 이론으로 청나라 최고의 학자로 인정받는 완원도 마찬가지였다. 추사 선생은 박제가를 통해 완원의 책을 접하고 존경하다가 어렵게 찾아가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도 서로 글을 주고받으며 학문의 깊이를 나누고 있었다. 추사 선생은 자신의 호를 완원을 사모한다는 의미로 '완당'이라 짓기도 했다.
-강남 봉원사 현판을 김정희 선생님이 쓰셨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김정희 선생님의 서체가 이런 터를 잡고 완성되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역시 책은 참 좋은 것입니다.
서로 글을 주고받으며 교류를 하다니 요즘으로치면 네이버 블러그의 서로이웃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듭니다.
p73
추사 선생은 풍경을 그려도 단순히 실제 모습을 그리는 게 아니었다.
마음속에 꿈꾸는 이상과 의지 , 세상에 대한 생각들을 그림 속에 담아냈다. 성근 나무 숲 아래 띠풀로 지붕을 엮은 고적한 정자와 조용히 흐르는 강물을 그리고 , 그 뒤로 먼 산을 은은하게 그리면 놀랍게도 그 속에서 세상을 떠나 자연 속에 묻혀 살고자 하는 선비의 소망이 읽혔다. 낮은 언덕에 몇 그루의 고목과 그 옆에 허물어질 듯 서 있는 작은 집을 보고 있으면 세속니 한없이 작아지고 우주의 섭리가 언 세상에 내려와 앉은 듯했다.
-가끔 갤러리나 미술관에 가는데 처음에는 작품이 무슨 의미를 나타낼까 고민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냥 저 혼자 작품을 보며 순전히 제 입장에서 상상을 하곤 합니다.
p87
시간이 흐르면서 허련은 추사 선생과 함께 바닷가를 산책하기도 하고 한라산에 오르기도 했다. 추사 선생을 존경하는 관리들이 가시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것을 눈감아 준 덕분이었다. 둘은 산과 나무, 계절의 변화를 보며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것은 허련에게 사물에 대한 인식을 한껏 높여 주고 그림을 더욱 풍성하게 해 주었다.
허련은 다섯 달 만에 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진도로 돌아왔다. 고향에 머무는 동안 허련은 가끔 추사 선생을 생각하며 수선화를 그리곤 했다. 있을 자리에 있어야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다는 추사 선생의 말을 되새기며 자신이 있을 자리에 대해 새각하곤 했다.
-스승을 생각해서 그 당시로써는 상당히 위험한 제주도를 몇 번씩 찾아와 함께 머물던 허련은 정말 진실한 사람입니다. 수세기간 지난 21세기인 요즘도 수백톤짜리 유람선이 어이 없이 좌초되는데 그 당시에는 정말 목숨을 걸고 비장한 각오를 해야 했을 겁니다.있을 자리에 있어야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다는 추사 선생의 말에 깊은 공감을 합니다. 에디슨,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가 우리나라에 태어났다면 어찌되었을까요? 상상해보니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p119
허련은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어쩔 수 없이 추사 선생의 말을 떠올렸다.
"좋은 글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다. 좋은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세한도]는 온통 추사 선생이었다. 그런데 허련을 놀라게 한 게 하나 더 있었다. 추사 선생은 [세한도]를 예전에 허련에게 배워 간 초묵법만으로 그렸다. 물을 적게 하여 진하게 간 묵을 마른 붓으로 그려 내는 필법, 허련에게 꼬치꼬치 캐어묻고는 드디어 찾아냈다며 기뻐 어쩔줄 모르던 그 필법, 허련에게 배웠노라며 여기저기 자랑하던 그 필법만을 사용해 이토록 아프고 그윽한 그림을 그려 낸 것이었다.
-나이어린,게다가 자기 제자에게도 새로운 배움을 구하는 김정희 선생님은 지성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p145
조선 시대 그림의 발달
김정희와 허련은 조선 후기 남종화의 전성기를 열어 갔던 핵심적인 인물이었요. 남종화는 학문이 깊은 문인들이 자신의 인품을 담아 그리는 그림이어서 문인화라고도 불러요.
김정희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씀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있었어요. 바로 학문과 독서를 통해 지혜와 인품을 키우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김정희는 허련에게 그림을 잘 그리기에 앞서 견문을 넓힐 것을 강조했어요. 먼저 여러 대가들의 작품을 익혀 풍부한 지식을 갖추고, 책을 많이 읽어 교양도 쌓아야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스승의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들인 허련은 이후 고향인 진도로 내려가 운림산방에 머물면서 제자들에게 남종화를 가르쳤어요. 맑고 깊은 문인으로서의 인품과 학문적 소양을 중요하게 여긴 허련의 화풍은 아들인 허형, 손자인 허건, 그리고 현대 수묵 산수화의 대가로 불리는 허백련에까지 이어져 우리나라 미술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답니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허련의 스승, 김정희는 당시대 조선 최고의 문인이자 예술가로서 한양에서 높은 관직까지 지냈고 허련은 지방, 그것도 멀리 섬의 이름없는 청년이었지만 김정희는 허련을 내치지 않고 무심한 듯하나 시기 적절한 가르침을 줍니다. 인분교수사건이라는 충격적인 뉴스가 아직도 생생한데 추사 김정희와 소치 허련의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정말 멋있네요. 이런 건 후세 사람들이 본받아야 합니다.
p147
[묵모란도]
허련은 '허모란'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모란도를 많이 그렸어요. 꽃봉오리만 있는 모란, 막 피기 시작한 모란, 활짝 핀 모란, 활짝 피었다가 지는 모란 등 여러 모습의 모란을 먹이 번지는 효과를 사용하여 그렸지요.
-책에서는 위의 그림과 함께 허련의 [소치묵묘첩]중에 있다는 [묵모란도]가 함께 실려 있습니다. 좌측 모란 꽃봉오리가 정말 탐할만합니다. 정말 실물을 눈 앞에서 본다면 느낌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감상:
멋진 예술, 멋진 사제지간, 멋진 인간관계가 어우러진 한폭의 커다란 그림을 감상한 느낌입니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