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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자본론을 읽다 - 마르크스와 자본을 공부하는 이유 ㅣ 유유 고전강의 2
양자오 지음, 김태성 옮김 / 유유 / 2017년 2월
평점 :
지난 주말에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사이다처럼 통쾌하고 시원하게 씻겨주었던 탄핵판결은 이제 대한민국 역사의 한 장에 지워지지 않는 잉크처럼 영원히 기록되었다.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시작되었고 또 다른 올바른 역사의 기록을 위해 민주주의의 배를 타고 역사의 강물을 힘차게 노저어 가야한다.
흥분된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히고 이번주에는 미뤄두었던 읽은 책들에 대한 리뷰들을 간단하게나마 기록해두어야 겠다.
저번주에 대만의 인문학자 양자오선생의 [자본론을 읽다]를 읽었다.
이 책을 출판한 유유출판사는 소규모출판사로 알고 있는데 책을 고르는 선구안이 정말 좋다고 생각된다.
저자의 책은 유유출판사에서 벌써 5권이나 번역되었고 이미 [종의 기원을 읽다]와 [꿈의 해석을 읽다]를 읽었다.
평소에 난해하고 지루하고 읽기 어렵기로 소문난 고전중의 고전들의 해설서들이라 방대한 내용을 어떻게 쉽게 해설할지에 대한 큰 기대는 접어두었다.
하지만 저자는 기대를 훌쩍 넘어 쉬운문체로, 책이 쓰여졌던 배경과 맥락을 시작으로 해서
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이 책들에 대한 흥미를 북돋워 주었다.
그러면서도 농밀한 밀도로 중요한 핵심을 빠짐없이 짚고 넘어가면서 이 책들을 썻던 거인들이
왜 이 책들을 썻는지에 대한 진정한 의도를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종의 기원을 읽다]의 서문에서 저자는 왜 이 책들이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이유를 적고 있다.
[종의기원]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자본론]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꿈의 해석]은 인간과 자아의 관계를 바꾸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두었다.
그리고...
"이세권의 책은 실제로 세계를 변화시켰다는 것 외에도 다른 두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이 책들은 오래 읽거나 반복해서 읽을 만하며 둘째, 이 책들에 관해 수많은 통속적 단순화가 시도되는 과정에서 종종 치명적인 문제를 가진 견해들이 출현했다는 점이다."
고전에 대한 신선한 통찰이었다.
먼저 [자본론을 읽다]에 대해서 리뷰를 적는다.
[자본론]을 읽기전에 자본론의 입문격인 [정치경제학 비판에 대하여]를 먼저 읽으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이 책에는 [자본론]의 주요개념들이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잉여가치에 대한 자세한 해설인 [정치경제학 비판요강]과 마르크스 사후에 발견되어 그동안의 해석을 상당수 바꿔야 했던 [경제학-철학 수고]도 같이 읽기를 권한다.
그래야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잘못된 해석으로 부터 벗어나 마르크스의 사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저자가 자본론을 접했던 시기의 대만은 과거 박정희독재치하의 한국과 사정이 같았다.
계엄령이 20년째 이어졌고 자본론을 비롯한 공산주의서적을 읽는 것은 단속대상이었다.
저자는 대학에 들어가 대학도서관의 지하서고에 먼지로 덮힌 일역판과 영역판 자본론을 몰래 복사해 읽었다.
대만과 한국의 정치경제적인 상황이 매우 흡사했음을 느꼈다.
물론 대만도 지금은 독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본론을 접할 수 있다.
이 책도 자본론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인 교환,화폐,상품등의 설명으로 시작하고 있다.
상품과 상품사이의 교환수단에 불과했던 화폐가 축적으로 인해 정상적인 W(상품)-G(화폐)-W(상품) 에서 비정상적인 G(화폐)-W(상품)-G(화폐) 로 변화했는지 적고 있다.
즉, 자본과 속류시장경제의 욕망에 의한 왜곡으로 상품의 주도권을 넘겨받아 화폐가 수단에서 목적의 자리를 차지하였다고 설명한다.
그밖에도 '착취','조작','소외','가치','사용가치','잉여가치','계급','계급구조','상부구조와 하부구조'등 마르크스가 이른바 '과학적유물론'의 기반에서 행한 수많은 경제적 개념들에 대한 엄밀한 해석들은 끝없는 욕망의 분출구인 자본의 본질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 노동자들이 자본의 심연에 빠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었다.
마르크스는 19세기의 암울한 노동자의 현실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혁명가 마르크스가 아닌 먼저 냉철한 철학자의 자세로 자본을 분석함으로써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처지에 대한 깊은 자각을 일으키고자 했다.
저자는 자본론을 읽음으로써 현체제를 뒤엎고 공산혁명을 일으키자는 얘기를 하는게 아니다.
현대에 마르크스의 사상이 자본주의와 다른 기준이 되어 자본주의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자본주의의 오만한 독선에서 일어나는 편파와 사악을 방지하는데 큰 의의를 두자고 얘기한다.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이 시점에서 자본론의 사상은 노동의 참가치를 일깨워주고 어떻게 해야 노동자가 자본과 속류시장경제에 지배당하지 않고 금전의 소외에서 벗어나 올바른 분배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주고 있다.
이 내용들은 여전히 21세기에도 유용하게 쓰이리라 생각된다.
저자가 마지막에 적은 아래의 구절이 가슴에 남는다.
독자 여러분께서 마르크스를 잊지 말아 주시길 삼가 바란다. 남이 부여한 관념과 해답 속에서 안일하고 구차하게 살지 말라고 일깨워준 거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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