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세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5
김미월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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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은 (나에게는) 나름 어려운 말로 쓰였는데, 문장을 선별하려고 자세히 읽다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117p에선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을 적대적 위협이 아닌 공존 가능한 사람으로 인식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근데 사실 소설 속 타자들은 실제로 무해한 인물이고, 그건 현실에는 없는 우리의 소망적 투영물이라고.

133p 에서는 소설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소설은 현실을 보여준다. 세상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내가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사람들이 대놓고 말하지 않는 인간의 면모들을 경험할 수 있어서다.

(...) 그러나 현재의 서사적 흐름 안에서 산견되는 어떤 타자성의 출현은 역설적이게도 견고한 정체성의 성벽을 더욱 뚜렷이 확인시켜줄 뿐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친절하고 무해한 이웃의 형상은 사람들이 현실 속에서 마주치는 실제의 인물이라기보다는 현실 안에서 만나기 어렵기에 간절히 바라게 되는 소망적 투영물인 듯하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 문학에 나타나는 착하고 무해한 타자들은 실제로 이질적 존재의 침입으로 자아의 동일성이 훼손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이데올로기적 캐릭터에 가깝다. - P117

타인들의 삶과 현실 속으로 들어가보는 서사적 경험이 인간에게 주는 사랑의 선물은 우리가 서로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착한 존재라는 윤리적 허상 속에서 자족할 때가 아니고 우리가 그다지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니라는 존재론의 진실을 겸허히 수용할 때 주어진다. 소설의 윤리적 가치는 한마디로 착해지는 데서가 아니라 아이러니해지는 데서 생겨난다. (...) 과감하게 말해서, 소설의 유일한 도덕은 아이러니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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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의 세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5
김미월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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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 널린 돌을 그렇게 열심히 줍는 이유(특별한건 아니다), 독특한 안목으로 감상평을 내놓는 일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문장을 남기는 이유는 귀여워서다. 손에 쥐고 자면 잠이 잘 올 것 같은 돌 갖고 싶다.

제 눈에는 다 그렇고 그런 돌들인데 그 애는 그것들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그럴듯한 감상평까지 내놓았지요. 이 돌은 아기 코끼리 귀처럼 생겼다, 이건 표면이 둥글고 매끈매끈해서 손에 쥐고 자면 잠이 잘 올 것 같다, 이 돌맹이는 잘 보면 앞뒤 색깔이 다르다, 신기하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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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의 세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5
김미월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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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버스 데이트.

(...) 선배의 얼굴이 조금 펴진 것은 데이트할 때 주로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였어요.
"아무 버스나 타는 것입니다. 행선지를 정하지도 않고 그냥 타는 거에요."
"어머나, 그런 다음에는요?"
"맨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종점까지 갑니다. 한 시간이 걸릴 때도 있고 두 시간 이상 걸릴 때도 있어요. 종점에 도착하면 거기서 내립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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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기로 했습니다. - 잊지 않으려고 시작한 매일의 습관, 자기만의 방
김신지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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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Mood Meter 와 Moodflow 라는 앱을 사용해서 감정과 그 감정의 원인, 하루의 인상 혹은 그 순간의 인상을 남겨두고 있다. 기록해서 되돌아보고자 하는 마음보다도 ‘현재를 경험하는 나‘를 알아주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미래에 되돌아볼 일기가 아니라 현재를 돌아보는 일기를 쓰고 있다.

물론 경험과 감상을 남겨서 나의 경험을 잃지 않고 싶다는 마음, 되돌아보며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에 각각 놀라고 싶은 마음도 있다.

누군가에게 말하다 보면 안 보이던 내 감정이나 문제가 점점 언어를 갖고 선명해질 때가 있지요. 말하는 중에 비로소 깨닫게 되는 마음도 있고요. 일기는 그렇게 내가 말하고 내가 들어주는 대화인 셈입니다.

매일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건 훗날 돌아볼 기록이 과거를 반성하게 해주어서가 아니라 현재에서 나와 마주 앉은 시간을 꾸준히 보내기 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그 시간은 인생에서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쓸데없이 힘을 빼지 않도록, 반대로 내게 중요한 것들은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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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07 08: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기까지는 아니고 매일 다이어리를 쓰는데(손으로) 이게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확실히 기록하면 좀더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꾸준히 쓰기를 응원합니다 ~!!

라딘알 2021-08-07 09:52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저도 하루 3줄정도 다이어리를 쓰려고하는데, 자꾸 한번 놓치면 영영 잊혀지네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다, 개정판 현대 예술의 거장
피에르 아술린 지음, 정재곤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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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감각과 관능을 빼면 모든 걸 가르칠 수 있어요˝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는 격언이 생각난다. 1%의 영감이 없다면 천재가 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훈련 가능한 영역이 99%이며, 이 영역에서 성실하면 ‘천재‘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지는 건 천재들의 이야기지만 99% 사람들은 천재가 아니다. 어쩌면 그 1%는 통계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하여간 배울 수 있는 걸 배우고 성실해야겠다. 재능, 직감을 생각하면 할 수 있는게 없어진다.

카르티에브레송은 걷기를 좋아했다. 어떤 순간이건 피사체, 즉 자신의 먹잇감이 갑자기 예상치 못한 채로 나타나면, 그는 찰나의 순간에 덤벼들었다.
"그것은 기쁨이죠. 오르가즘이에요. 당신은 예측을 하고 확신을 하죠. 이게 직감과 감각인데,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다행히 감각과 관능을 빼면 모든 걸 가르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는 소르본대학 감각학과 교수가 상상이나 되냐고 내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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