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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평점 :
#2025년6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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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견디는 사람만이 새벽을 만든다. 김주혜의 소설 《밤새들의 도시》는 바로 그 새벽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어둠이 가득한 삶과 빛나는 화려한 무대에서 자신을 지켜내는 한 발레리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단지 발레리나 나타샤만의 것이 아니다. 무대는 다르지만,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를 통해 예술이 무엇을 가능하게 만드는지, 화려한 비상의 서사로 이어진다.
나타샤는 화려함의 정반대에서 출발한다. 가난과 결핍, 그리고 사랑받지 못했다는 감정 속에서 자란 소녀다. 타고난 재능과 그 이상의 노력으로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되었지만,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무대를 떠나야 했다. 2년이 지난 후, 그녀는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다. 그 도시는 그녀의 출발점이자 동시에 마지막 희망이 걸린 곳이다. 과거의 영광과 상처, 사랑과 갈등을 되돌아보며 부서진 기억이 된 이들과 마주하며, 나타샤는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밤새들의 도시》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오랜 상처와 시간의 벽을 넘어 나타샤가 샤샤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장면이다. 2년의 공백 동안 쌓여온 아픔과 상처를, 샤샤의 진심 어린 고백 앞에서 비로소 치유받는다. 지젤이 죽음과 용서를 통해 사랑을 완성하듯, 나타샤 역시 용서를 통해 삶을 이어갈 또 하나의 시작을 맞이한다. 이 장면에서 소설은 예술과 삶이 맞닿는 지점을 가장 아름답게 그려낸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예술가의 내면적 고뇌와 열정, 삶의 의미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무대 위의 그녀는 언제나 완벽하지만, 무대 밖에서는 흔들리고, 비틀거리며, 때로는 추락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춤추는 그녀의 모습은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내는지를 절실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예술이란 무엇인가, 우리에게 예술이 왜 필요한가를 묻는 이야기이자,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무게를 껴안은 서정적인 고백이다. 화려함보다 진실함을, 영광보다 회복을 말하는 이 이야기는 마음을 깊이 흔든다. 소설을 덮고 나면 무대는 사라지고 조명도 꺼지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길고 깊은 여운이 남는다. 그것은 허무가 아니라, 인간이 끝내 잃지 않는 내면의 품위이자, 고요히 반짝이는 존엄의 잔상이다. 나타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예술과 삶의 경계에서 끝내 자신의 궤도를 안정적으로 도는 아름다운 밤새를 만나게 된다. 한 번쯤 자신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면, 혹은 지금 자신을 잃었다고 느끼고 있다면,
이 이야기가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용기를 건네줄 것이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