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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시간들
오사다 히로시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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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시간들』
제목을 읽는 순간, 아련함이 피어오르고 뭔가 울컥한 감정이 올라왔다. 누구에게나 그리운 시간들이 있다.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슬프기도 하다. 하지만 슬프기만 하거나 슬픔에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NHK의 TV 의 <시점ㆍ논점>에서 17년 동안 48회에 걸쳐 시인 오사다 히로시의 눈을 통해 바라본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시인이 쓴 에세이는 풍부한 시어로 바라보는 시각이 시적일 것 같아서 더 따뜻한 글일 거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작가에게 그리운 시간은 어떤 것일까? 상상 회로 돌리는 중!
작가는 우리에게 다양한 것들을 알려준다.
풍경 속에 놓여 있는 자신이라는 곳에서 시야를 확인하고 넓게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새로운 책뿐만 아니라, 오래된 책도 함께 읽자고. 실패해도 재도전하고 재창조하며 재생한다는 말로 '재'가 필요한다고. 컴퓨터에게만 맡기지 말고 인간적인 기억을 키워가는 것이 소중함을 마음에 되새기는 일이라고. 물건은 풍요로워졌지만 어휘는 빈곤해졌다며 걱정과 평범함을 두려워하자 말라고 조언한다. 시간을 헤아리는 법을 많이 가질수록 하루의 특별한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진리를 전해 준다.
이 책은 내게 반전을 가져다줬다. 몽글몽글한 예쁜 에세이를 상상했는데 그 상상을 넘어 너무나도 깊고 우아한 글로 미쳐 깨닫지 못한 것들을 보여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볍고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던 것, 너무 익숙해서 그 가치를 알지 못한 채, 어쩌면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들을 작가는 하나씩 꺼내어 질문을 던진다. 그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하고 소중하고 아껴야 하는 존재인지를 설명해 준다. 화를 내거나 다그치거나 비난하지 않는 그 문체가 참 따뜻하다.
작가는 '그리운 시간은 친숙한 시간이자 일상을 만들고 지켜 주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이제부터라도 그 존재에게 마음을 내어 주어야겠다. 그리운 시간은 소중하니까 아끼고 발전시켜 사라지지 않게 지켜줘야겠다.
작가는 '한 권의 책'에서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읽고 나서부터 시작되는 책이 있다'고 했다. 나에게 이 책이 그렇다. 필사를 하며 한 꼭지씩 다시 읽어야겠다.
● 같은 세대, 다른 시대, 그렇게 선을 그음으로써 우리 사회는 어찌할 수 없을 만큼 토막토막 끊어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사회를 활기차게 만드는 것은 ‘다른 세대’끼리 ‘같은 시대’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갑니다. 그 소중함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31쪽)
● 먼 곳을 바라보는 눈은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의 존재에 대한 감각을 예민하게 합니다. 눈을 들어 멀리 봅니다. 우리는 종종 그렇게 먼 곳을 봄으로써 자신의 장소,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눈을 들어 먼 곳을 보며 깨닫는 것은 인간의 진짜 크기입니다.(72쪽)
● 책을 펼친다는 것은 마음을 닫는 것이 아니라 여는 것입니다. 지금, 내 눈길이 닿는 곳에, 또는 내 손 안에, 어떤 책이 있는가. 그것을 스스로에게 묻는 것에서부터 독서가 시작됩니다. 우리는 그렇게 책과 친해지는 습관을 통해, 말을 소중히 한다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믿음을 스스로 얻어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얻고 싶은 것이 제 바람입니다.(117쪽)
● 자연이 하루하루 속에 만들어 내는 것은 그리운 시간입니다. 그리운 시간이란 하루하루 친숙한 시간이자 일상을 만들고 지켜주는 시간입니다. <그리운 시간들>은 우리가 소중히 다루어오지 않았던, 하지만 미래를 생각할 때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누구나 보고 있지만 누구도 보고 있지 않는 감수성에 대한 것입니다.(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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