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 보면 알지 - 호랑수박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74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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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가 동시대에 활동하고 있다는 건 뭐라고 해야 할까, '기쁨'을 넘어서는 벅참이 있다. 이지은 작가를 처음 만난 건 <팥빙수의 전설>이었고 그 뒤로 <전설> 시리즈는 물론 이전, 이후에 쓴 책들도 빠짐없이 읽었다. 그런데도 가장 좋아하는 건 언제나 <전설> 시리즈인 것 같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팥 할멈과 조금 무섭고 약간 어리숙한 호랑이의 조합은 동화책이라기보단 꼭 설화 같기도 하고 잘 익은 농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새로 출간된 책 <먹어보면 알지>는 7월, 한여름에 나온 책답게 괴담을 지향한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호랑이가 수박으로 변해버린다. 자신은 호랑이다, 먹지 말라고 하지만 동물들은 눈을 빛내며 "먹어보면 알지"라고 달려드는 것이다. 팥 할멈이 호랑이, 그러니까 수박이 된 호랑이를 구해주는가 싶다니 아뿔싸. 그렇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이야기다. 이야기만 들었을 땐 단순하고 밋밋해 보일 수 있지만 여기에는 갖가지 지난 이야기들이, 쌓인 역사가 숨어있다.

호랑이가 수박이 된 건 지난 편 <태양왕 수바>를 연결된다. 발버둥 치며 도와달라는 수바를 도와주지 않은, 일종의 복수인 걸까. 호랑이가 보통의 호랑이들처럼 노란 바탕이 아닌 건 <친구의 전설>에 그 까닭이 등장하며 독불장군 호랑이를 꿀꺽 삼키려던 동물들과 어울리게 된 이유가 이 책에 있다. 팥 할멈이 수박 호랑이를 안고 뛴, 다리가 무너진 절벽은 <팥빙수의 전설>에서 그들이 대치한 적 있는 예의 그 곳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호랑이를 수박으로 만든 건 태양왕 수바의 뜻이 아니라 팥 할멈 때문에 도로 쫓겨난 둘 머리 용이었다는 것에서 <태양왕 수바>와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이렇게 이고 지고 연결된 이야기 때문에 한 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이야기는 더욱 더 풍부해지고 풍성해진다. 한 권만 읽어도 즐거움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네 권을 엮고 엮어 읽은 독자가 발견하는 뿌듯함과 반가운 즐거움에 비할 바가 있으랴. 무더운 여름밤 귀엽고도 서늘한 <먹어보면 알지>를 읽는다면 더위가 가시는 건 당연지사, 수박도 친구도 팥빙수도 읽고 싶어질게 뻔하다. 정말이다. 읽어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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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19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위한 창작동화들이 다양하고 꾸준하게 나오는 것이 참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