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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프레임 - 우리는 왜 가짜에 더 끌리는가
샌더 밴 데어 린덴 지음, 문희경 옮김 / 세계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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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시대에,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거짓의 프레임>은 어떤 관점에서 책을 전개하는 지 궁금했다.


책을 받고, 찬찬히 읽어나가다보니, 사회과학자가 쓴 책 답게 많은 연구와 사례를 기반으로 주장을 펼치는 책이었다. 이 책은 거짓, 가짜뉴스, 음모론 등을 하나의 바이러스로 표현하고, 이 거짓 바이러스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항체는 무엇인지 살펴보는 책이었다. 접근자체가 흥미롭다 보니, 책 내용이 비록 두꺼운 편이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저자는 사회에 대한 신뢰성이 부족할 때, 세계적 위기와 사회, 정치적 혼란으로 불확실성과 무력감을 느낄 때 오히려 음모론에 사람들이 빠져 들게 되고 이것이 사회적, 문화적으로 전파되면서 어느새 역사가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와 연구의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이 이론에 근거해 우리 사회를 바라볼 때, 우리가 빠져드는, 혹은 우리사회를 물들이고 있는 다양한 가짜뉴스, 음모론 등도 어느새 우리 지각 속에 들어와, 사실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또한, 가짜뉴스에는 무조건적 거짓만 있는 것도 물론 있겠지만, 일정부분 사실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식별이 어렵고, 식별을 위한 주의를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 역시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최근 가짜 바이러스를 세상에 퍼트리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저자의 우려 역시 공감이 되었다. 알고리즘이라는 이름 아래, 편견을 더 강화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유튜브가 때로는 사람을 죽이고 살릴 만큼의 위치를 차지하게된 세상에서, 이러한 저자의 지적은 무척 의미가 있었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셜 미디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고객이 되어야만 하고, 수익구조가 창출된다. 수익을 많이 얻기 위해 가짜뉴스를 만들고, 퍼트리고, 플랫폼은 대형 유저를 통해 이용자들이 늘어나기에 그들을 제재하는데 노력하지 않고, 이러한 악순환들이 모여서 가짜뉴스를 만들고, 확산시키고, 사회를 나쁜 방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가짜 바이러스에 지지않기 위해, 오히려 작은 가짜 바이러스를 접하고, 이를 반박하면서 스스로 가짜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항체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소셜미디어플랫폼에게도 더이상 알고리즘을 강화하는 방식, 유해한 매체임을 밝히는데 주저하거나 방치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일을 끊임없이 하라고 말한다.

가짜 바이러스가 더이상 사회를 병들게 하지 않도록, 개인은 개인의 항체를 기르고, 나아가 사회의 항체를 기르기 위해, 더이상 바이러스에 점령당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겠다 다짐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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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시민 - 뉴스에 진심인 사람들의 소셜 큐레이션 16
강남규 외 지음 / 디플롯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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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았을 때, '최소한의 시민'이 의미하는 게 무엇일지 궁금했다. 목차만 봐선 다양한 주제로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 걸까, 짐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만큼 주제가 다양하고, 내용이 폭넓어 보여서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 말하는 '최소한의 시민'의 의미는 책의 맨 마지막, 나가는 말에서야 나타난다. 책의 띠지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토론을 통해서 승리를 추구하는데 목적을 둔 사람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성장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는 사람이 최소한의 시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주제, 가장 흥미롭고 이슈가 된 주제부터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주제까지 16개의 주제를 6명의 저자가 토요일 아침 만나서 토론을 하고, 토론한 내용을 통해 조금이나마 생각의 확장과 성장을 통해 적어나간 책이었다.



무척이나 인기 있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보는 발달장애인 판타지와 현실에 대해 장혜영 전 의원이 쓴 글은 마음을 울리는 글이었다. 판타지는 자신의 현실이 아닐때에만 판타지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나의 현실이 되면 오히려 절망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우영우를 두고 절망할 수 밖에 없는 장애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괴로웠다. 전장연 시위를 두고 가지는 상반의 감정들, 당연한 권리를 당연하지 않게 만드는 혐오와 말들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부분에 대해 쓴 글도 고민의 지점을 넓혀주는 좋은 글이었다. N번방 범죄자인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범죄와 그 피해자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 그 개인의 일탈과 상황으로 포커스가 옮겨진다는 것, 그리고 흥미로서 소비된다는 것은 범죄자 신상공개에 대해 내가 단순히 생각하던 것을 넓혀 주었다.



또한 범죄의 타자화, 가해자의 이야기에만 주목하면서 개인의 일탈, 괴물로 만들어버리면서 이러한 범죄가 일어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게 만든다는 것, 그리고 범죄를 축소화시켜 개인에 대한 범행으로 국한시킨다는 점 등은 무척 공감가면서도 고민할 지점이 있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공적 처벌의 약화, 사회적 용인, 피해자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등 우리 사회의 문제가 함께 있음을, 그래서 이제는 그러한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바꾸어 가야 할 지 고민해야 할 때임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이 외에도 소비자주의라든가 토론이 단순히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 공동체를 지향하기 위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 등 고민할 지점, 생각할 지점을 주는 내용들이 많았다. 고민이 되었던 지점을 확장해주기도 하고,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점을 새롭게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도 좋았다.

혐오의 시대, 분노의 시대를 걸어가면서 정치 무용론, 회피로 가기 쉬운데, 그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고, 함께 행동할 사람을 모으고, 더 나은 사회, 공동체로 가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최소한의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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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 - 생존이 곧 레퍼런스인 여자들의 남초 직군 분투기
박진희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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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군에 따라, 어느 곳이든 성비가 균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다수의 직군에서 남성이 많고, 돌봄 일자리 등에서만이 여성이 많은 수를 차지한다. 작가는 배움의 자리에서는 성비가 비슷한데, 왜 직업군에서는 여성의 성비가 줄어드는지, 또 남성이 많다고 하는 직군, "힘"이 필요한 직업군에서 일하는 여성은 없는 지 궁금해하며, 찾아보고, 8명의 다양한 여성들을 인터뷰한 책 <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를 출간하게 되었다.


다양한 여성들을 인터뷰한 만큼, 처음 접하게 되는 직업들도 있었다. 건설현장에서 조경을 관리감독한다거나, 군 암호보안 전문 군무원의 경우는 직업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었다.

특히, '배려'라는 이름으로 '배제'를 당한다 라는 표현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무슨 직업이든, 어디에서 일하든 경험이 쌓여야 능숙해지고, 더 업무를 잘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여자니까, 이 일은 힘드니까, 힘이 필요한 일이니까' 라는 식의 배려로 점점 배제를 당하다 보면, 경험도 제한적으로 쌓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혜씨는 일본에서 일하면서, 해야 할 일 앞에서는 나이도, 성별도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배웠고, 그 배움은 지금 현장에도 중요한 힘이 되었다고 밝혔다.

대형 화물선 일등항해사인 승주씨는 앞을 향해 나아가는 멋진 여성이었다. 자신이 현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여성 선배들이 잘 해주었기 때문이고, 자신도 여성이라는 '소수'에 속하는 사람이지만, 더욱더 잘 해내서 후배들이 항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사람이었다. 자신의 환경, 성별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양분 삼아 앞을 바라보는 것, 승주씨 뿐 아니라 인터뷰에 응한 8명의 여성들 모두가 그런 자세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대동물 수의사, 소를 돌보는 민정씨는 지속가능한 축산에 대해 고민하면서, 제인구달 박사와 만났던 일화를 인터뷰에서 소개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아도 실천하고 행동하라, 하루 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이 말이 단순히 환경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에서 '소수'라는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은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감시와 불합리와 배제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때마다 포기하고 낙담하고 도망친다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나의 뒤에 오는 누군가를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버티고 견디고 잘 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인터뷰 되지 못한 수많은 직군에서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여성들이 있을 것이다. 세상이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날마다 절망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살아내는 것, 앞을 향해 걸어가는 희망을 이 책에서, 8명의 인터뷰로 조금은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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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것 - 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
하나 베르부츠 지음, 유수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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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것 - 나는 유해게시물 삭제자입니다.> 란 제목의 책을 받았다.

어떤 포털 사이트든지 유해게시물을 올리는 사람은 존재할것이고, 그 게시물은 각 사이트의 지침에 따라 삭제되든지, 남아있든지 할 것이다. 이 책은 가상의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유해게시물을 삭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었다.

소설의 시점은 케이시가 유해게시물 삭제 일을 그만두고 나서, 자신의 옛동료들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게 되면서 담당 변호사가 케이시에게 연락이 오면서 시작된다. 케이시는 굉장히 냉소적으로 답변을 시작한다.


"은연 중에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대답을 기대하면서 던지는 질문이 평범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케이시는 알고 있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자신이 경험한 경험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자극시킬만한 영상이나 기록이 있었는지 그저 자신의 쾌락과 유희를 위해 궁금해 한다는 사실을. 그래서인지 케이시의 태도는 냉소적이며, 시종일관 자기 변호적이다. 소설은 케이시가 포털에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 경험한 일들을 회상하며, 변호사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삭제해야 할 것이 유해게시물이기 때문이라서일까, 소설 속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 결핍과 가난을 가지고 있다.정말 마지막의 마지막이라서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사람들, 그래서 계속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설득해야만 하는 사람들 말이다. 점점 사람들은 망가져 간다. 그 망가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은 건너편 옥상 위 서 있는 사람을 봤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타인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이것이 현실인지, 내가 삭제하던 유해게시물 속 상황인지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장면에서, 이 사람들이 어딘가 망가져 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록, 삭제하는 유해 게시물이 많아질 수록 점점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을 잃어버리고, 잠 못 드는 밤이 길어지고, 결국 자기를 보호하는 방법은 무감각해지는 것,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사람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유해게시물 속 사이비 종교를 따라거가나 음모론을 실제와 혼동하거나 믿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책을 따라 읽으며, 유해한 게시물들이 사람을 어떻게 망치는지, 지나친 도파민이, 자극이 우리를 얼마나 극단으로 몰고가는 지 생각이 드니 마음이 서늘해졌다.

무척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오늘의 현실과 지나치게 닿아 있어서, 오히려 마음이 무거웠다. 혼란한 시대, 지나친 자극에 익숙해져 이제 이웃 사람이 보이지 않는 시대가 되어 우리 역시 책 속 인물들처럼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인간다움, 애정, 친절, 마음을 잃어버리고 무감각, 무관심해지는 것 같아 두려운 책이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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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허남설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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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서울을 걷는다라는 책 제목을 보고,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막상 책을 받고는, 책 표지를 보고 이곳은 서울의 어디일까가 궁금해졌다.

책은 제목처럼 서울의 못생긴 부분들을 걷고,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과거 도시재생에 관심이 있어서 방문했던 창신동의 이야기도 담겨 있어 더욱 집중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낡은 것은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낡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주거가 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주거에는 많은 것이 얽혀 있다. 낡아진다는 것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고,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그 안에 사람과 추억과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백사 마을에서 시작해 창신 숭인, 세운상가에 이르기까지 낡은 서울, 못생긴 서울의 이야기에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들이 이루어 온 공동체와 문화, 경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외부적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못생긴 서울의 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정말 못생긴 서울이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저자는 묻고 있는 것이다.

낡은 도시를 새롭게 하는 방법으로 가장 대중적인 것은 아마 뉴타운으로 필두되는 도시재개발일 것이다. 그동안 재개발을 통해 서울은 아파트 왕국이 되었다. 저자는 그동안의 도시 재개발을 통한 뉴타운건설은 기존 살던 가구수보다 용적률을 확대하여 가구수를 늘려야 하고, 늘어난 만큼 원소유주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재개발은 기존 가구수보다 오히려 줄어들기도 하고, 늘어나는 비용을 부담하지 못해 돈을 받고 더 싼 곳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경우도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재개발 지역은 토지 소유자보다 세입자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고, 세입자의 경우는 재개발 후 그 지역에 살 수 있는 주거비가 없고, 오히려 재개발 이전보다 더 열악한 지역으로 가는 사람도 많음을 알려준다. 또한 재개발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길게는 몇 십년까지 이어지는 경우에도 집주인들은 세입자들에게 월세만을 받을 뿐 집에 돈을 투자하거나, 고쳐주지 않아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일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재개발이라는 허상 아래 낡은 것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부수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려하려는, 그래서 이득을 보려는 우리 사회의 욕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낡은 부분에 깃들어 사는 것은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그곳에 모이는 이유는 주거비로 일정 부분 이상을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폐지 줍는 노인처럼, 일용직 일꾼들처럼, 소규모 제조업 종사자처럼, 자신의 일과 그 일을 둘러싼 경제적 환경이 도심에 모여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심이지만 월세가 작은 곳, 열악한 시설이지만 그래도 살 수 밖에 없는 곳에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결국 우리가 낡아서, 못생겨서 없애 버리고 싶어하는 도시의 일정 부분은 가난한 사람들의 영역을 없애버리고 싶어하는 우리의 욕망인지도 모른다. 도시의 낡은 부분을 건축으로만, 돈으로만 보지 말고, 그 안에 숨어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 하나 하나의 삶으로 본다면, 단순히 이것을 없애버리자고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생태계는 결국 하나의 커다란 공동체이고, 못생겨서 눈 앞에 없애버리면 지금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결국 그것은 우리 전체를 흔들리고 무너지게 할지도 모른다. 도시 역시 생동하는 하나의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것이 우리의 욕망이 아니기를. 도시의 못생긴 부분, 비록 낡고 흔들리고 있지만 고쳐 쓸 수 있는 부분들을 너무 쉽게 무너뜨리지 않기를, 저자는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쓴 것이 아닌 가 싶다.

덧니, 저자가 말하는 도시의 못생긴 부분을 나도 같이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단순히 소비로, 문화로만이 아니여야 해서 조심해야겠지만, 우리가 함께 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싶다.


어쩌면 우리 도시에는 일정한 못생김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때는 못생긴 도시가 누군가의 삶을 지키는 집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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