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도시를 새롭게 하는 방법으로 가장 대중적인 것은 아마 뉴타운으로 필두되는 도시재개발일 것이다. 그동안 재개발을 통해 서울은 아파트 왕국이 되었다. 저자는 그동안의 도시 재개발을 통한 뉴타운건설은 기존 살던 가구수보다 용적률을 확대하여 가구수를 늘려야 하고, 늘어난 만큼 원소유주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재개발은 기존 가구수보다 오히려 줄어들기도 하고, 늘어나는 비용을 부담하지 못해 돈을 받고 더 싼 곳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경우도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재개발 지역은 토지 소유자보다 세입자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고, 세입자의 경우는 재개발 후 그 지역에 살 수 있는 주거비가 없고, 오히려 재개발 이전보다 더 열악한 지역으로 가는 사람도 많음을 알려준다. 또한 재개발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길게는 몇 십년까지 이어지는 경우에도 집주인들은 세입자들에게 월세만을 받을 뿐 집에 돈을 투자하거나, 고쳐주지 않아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일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재개발이라는 허상 아래 낡은 것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부수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려하려는, 그래서 이득을 보려는 우리 사회의 욕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낡은 부분에 깃들어 사는 것은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그곳에 모이는 이유는 주거비로 일정 부분 이상을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폐지 줍는 노인처럼, 일용직 일꾼들처럼, 소규모 제조업 종사자처럼, 자신의 일과 그 일을 둘러싼 경제적 환경이 도심에 모여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심이지만 월세가 작은 곳, 열악한 시설이지만 그래도 살 수 밖에 없는 곳에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