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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를 대비하라 - EU 집행이사회 조명진 박사
조명진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12월
평점 :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인 브렉시트(Brexit)는 영국의 유럽 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말로서,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과 함께 2016년 단연 손꼽히는 국제 이슈 중 하나이다. 브렉시트 이후로 EU가 붕괴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졌다. 21세기를 세계화시대로 전망하였으나 오히려 국가 간 이해관계의 대립과 갈등이 갈수록 드러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되면서 경쟁해야할 상대가 전 세계로 확대된 측면과 더불어, 이민자의 유입으로 경제적 불안감과 더불어 안전에 대한 두려움 또한 커지게 되자 자국우선주의, 국수주의, 민족주의 등을 내세운 보수적인 의견이 갈수록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기이다.
말 그래도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있는 이때, 그 혼란을 제대로 파악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볼 줄 아는 시각이 필요하다. ‘브렉시트를 대비하라(한국경제신문)’의 저자 조명진 박사는 영국에서 유럽학을 전공하였으며, 지난 12년 간 EU 집행이사회에서 국제 안보와 방산 협력에 관한 자문을 맡은 것을 비롯하여 30여 년의 유럽 현장 경험이 있는 유럽 전문가이다. 브렉시트에 관하여 저자가 들려주는 팩트와 그것이 세계와 한국 사회 전반에 미치게 될 영향은 실로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앞의 3장은 브렉시트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루고 있다. 브렉시트를 그냥 단순히 영국의 EU 탈퇴로만 생각하고 별다른 문제의식이 안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고 이것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브렉시트가 있기까지의 영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적,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인 배경이 상세히 수록되어 있다. EU 주변국인 영국과 EU 주요국가인 프랑스, 독일 등과의 대립 관계, EU 잔류와 탈퇴를 놓고 벌어지는 정당들의 정치적 대립 과정과 이를 부추기는 언론의 영향, 이민자 문제를 바라보는 영국의 저소득, 저학력층의 부정적 시각 등 구체적이고 정확한 시각으로 브렉시트를 바라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헝가리와 그리스의 EU 탈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EU가 도미노처럼 점차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브렉시트가 가져온 불확실성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처 방안에 대하여 4장에서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크게 보면, 중장기적으로 유로화 불안, 안전자산 선호, 엔화 초강세 등으로 인하여 소비 및 투자위축, 글로벌 교역 감소, 금융기관 신뢰성 하락에 따른 유동성 위축 등 전망은 밝지 않다. 이에 대비해 중국은 화폐보다는 실물을 많이 확보하고 있으며, 일본은 영국과 적극적인 외교협상으로 영국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 시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4위 수준의 외화 보유국으로서 바람직한 외화 포트폴리오 정책을 세우는 것이 가장 필요한 상황이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총체적 쇄신을 언급하며 미국, 중국, 일본과의 관계, 통일의 가능성, EU와의 관계 등 국제관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브렉시트로 촉발된 EU의 위기 상황은 또 다른 위기를 우려하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위기를 전망하는 것은 전문가만의 몫이 아니다. 세계와 한반도 정세에 시민들도 관심을 갖고 이해도를 높인다면,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혼란 속에서도 개인과 국가가 기회를 잡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