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날을 예견할 수 있는가 하면 때론 운이 좋아 맞아떨어질 수 있다 답할 것이다. 바라는 것이 누군가에 의해 적중할 수도 있지만 헛된 욕심일랑 넣어두라 말하겠다. [예언]이라는 단어는 내게 어느순간 이렇게 기억되었다. 상투적인 표현이나 '이제 막 신내림을 받은 점쟁이가 용하다 할지라도, 인생의 키는 본인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예언을 신봉할 필요가 없음이다.

 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둘러싼 한,미,중의 갈등 『싸드』를 읽고 작가의 글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첫 장을 넘기는 것이 어려웠을 뿐,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렀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그려내는 김진명 작가. 그의 문체를 사랑하는 이들이 적지 않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자식같은 책 한 권을 세상 밖으로 꺼내는동안 방대한 자료를 찾아 읽고, 짜임새 있는 줄거리와 개성있는 인물을 그려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그저 '작가님 고생하셨습니다.' 말을 먼저 하게 된다.

 1983년 KAL007기 피격사건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뉴욕발 서울행 대한항공 보잉 747 여객기가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되어 승객과 승무원 269명이 사망한 사실을 토대로 한다. 그 당시 여객기가 항공로를 이탈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이 사건 너머 정치적인 모습들은 사뭇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국내외 정치관계 속에서 얽히고 설킨 매듭은 단번에 풀 수없다. 또한 각자가 정치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야했기에 진상 규명과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보다 사건을 은폐, 축소, 이용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 국제관계의 진리는 오로지 힘이야. 레이더니 전투기니 미사일이니 하는 차디찬 하드웨어에도 눈과 귀와 뇌가 있어. 언제나 상대에 맞춰 작동하지 -p131

​ 무능한 정부, 안일한 대응태도에 유가족의 비통함은 커져만 간다. 그들을 위로해주긴커녕 울분이 잦아들길 기다리는 듯 한 정부를 지켜본다면 무슨 심정일까? 죽은 동생의 피격기 진실을 찾고 복수하고자 한 지민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한다. 조금 억측스럽다 싶은 장면들도 있었지만, 그 날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은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생사가 갈릴 수 있는 소련이라는 곳,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이 자리했던 곳이 붕괴되기까지 만감이 교차한다.


/ "진정한 복수는 마음을 비워내는 것일 거에요." 지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이 부인의 올바른 심성과 인간적 크기를 느끼고는 있었으나 도덕, 평화, 사랑, 정의, 그런 것들을 논하는 말이란 항상 공허하기만 하다는 것을 그는 지난 삶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무엇이 되었든 와닿지도 않았고, 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것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일이었다. -p221


 결론에 다다를수록 생뚱맞다 여겨지는 전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전히 난해하지만 일단 그 마음 뒤로 한다. 피격 이후 보여지는 것은 진실일 수도 있고 픽션이기도 하다. 통일교 문선명 목사의 냉전종식 역사진실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기는 머릿속에 정돈이 되지 않았음이다. 그저 그 날의 아픔 속에 숨겨진 모습들을 생각해보는 것으로 의미를 두려 한다.


/가능하다고 생각해야만 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진리를 위한 걸음을 멈추는 순간 인류는 슬프고 가혹한 현실에 안주해야만 하니까요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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