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듯 닿을 수 없음에
민감성 지음 / 경향BP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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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적 글쓰기라는 어플을 사용중입니다. 주어진 글감, 떠오르는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글로 남기는 이 어플은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담아가고 구독할 수 있지요. 하나의 글감을 통해 어떤 이의 지나온 과거, 진행중인 현재, 앞으로의 바람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저는 사랑, 이별을 그리기보다 진취적인 사고방식을 선호합니다. 하여 감성적인 글을 오래 읽지 못하는 편이며, 이 책 역시 그러했습니다. 찬란하게 빛났고, 가슴 미어지도록 아파했던 사랑이 없었던 것인지, 무뎌진 마음 때문인지, 감성이 빛날 새벽 시간 때 읽지 못했기 때문이었는지 그 마음 다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고즈넉한 밤의 적막을 뚫고 이어지는 잡념, 아니 생각을 새벽감성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저자의 글은 야심한 시각 커피 한 잔과 함께 읽는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사랑과 청춘에 <닿을듯 닿을수 없음에> 아파했고, 즐거웠던 나날을 떠올리며 새벽녘의 공허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저는 제목과 아포리즘의 단면만을 보고 선택한 결과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가려운 속을 긁어준다기보다 푸념 섞인 말에 힘겨웠다고나 할까요. 꽃길과 가시밭길이 적당히 어울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스쳐가니 스며들길 바란 나인데
지쳐가니 지나가길 바란 너인데
우린 다른 곳을 바라보며

서로 같은 곳을 기다린다.

 # 성장기
나는 그렇게 남을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점점 남에게 신경 쓰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른이 되는 길목에서 보니 세상 누구도
나를 신경 쓰지 않더라
나 또한 그런 어른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

 춘들은 고민의 미로 속 아스팔트를 두 발로 누비고 있다. 직장과 꿈 그리고 사랑이 불안정한 온도 속에서 공존하고 앞으로만 나아가야 하는 열차를 탄 우리는 정거장에서 쉬어갈 여유도 시간도 없이 돈이란 종이 쪼가리에 집착하는 어른 흉내쟁이가 되어간다. (중략) 어느 순간 무리의 일꾼이 되어 소속된 집단 아래 나의 행복은 지하철 보관함에 넣어두고 의무적으로 환승구간에 버스 카드를 찍어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p69 공감이 되는 문장이라 되뇌었습니다.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인 회사에서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몇 푼 안되는 돈 벌면서 갖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서른을 목전에 두고도 유약한 저는 이런 글에 눈길이 갑니다. 그건 아마도 '정신없이 사는건 다 똑같아!'라며 합리화하고 싶어서일지도.

 

 캄한 악몽이 밤이면 나를 찾아오고, 등대는 어디 있는 것인지 그 빛을 찾을 수 없다. 내 청춘을 적셔줄 단비를 기다리기엔 시간이란 열차는 또 왜 이렇게 놓치기 쉬운 건지. 하여없이 달려감에 감성은 스쳐갔고 현실이란 종착역에 도착했다. -p68

 끝으로 이 책을 통해 감성과 이성이 조화를 이루길 바랬지만, 사랑과 이별에 있어 냉담하기 그지없는 나를 재확인하였습니다. 상처받아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나란 사람은 한참 뒤에서야 '그 때 참 아팠었지'를 곱씹으며 야릇한 감정을 느끼니말이죠. 지금은 전혀 와닿지 않는 내용들이 언제, 어떤 이유를 계기로 생각날지도 모르겠지만, 꽤 많은 날이 지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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