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 있죠. 그것은 사랑이 넘치고, 유머와 배려가 담겼으며, 가슴을 뛰게 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닐까 합니다. 무수한 말들 가운데 너도 나도 하는 사랑 타령을 빼놓을 수가 없을텐데요 '사랑해'라는 말은 언제나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힘이 있는 거 같아요. 하지만 저는 살면서 그 감미로움이 사그라들고 일상 속의 다른 말들이 주는 기쁨이 커지기 시작했답니다. 예컨대 "뭐해? 놀자! 지금 만나!"와 같은 것이 말이에요. [글쎄, 일탈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듣기 좋은 말에 대하여 꺼낸것은 저자의 산문집 속 그녀가 보낸 메시지에 있어요. 만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뭐해요?"라고 넌지시 문자를 보낸 그녀와, 대단한 내용이 아님에도 열광하는 그를 이어주는 말이니까요. 네가 궁금하다, 보고싶다는 말을 삼키고 만나는 두 답답이들의 이야기, 아니 그보다 이석원의 독특한 산문집이라고 해야할 거 같아요. 그는 왜 이토록 과감없이 털어놓을까? 치부를 드러내고 고통에 울부짖다 잠드는듯 한 내용을 무어라 말해야 할까요.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한 그 남자의 일기장을 들여다본듯 했어요.

 

지나온 아름다웠던 순간들은 굳이 복습하지 않고 다가올 빛나는 순간들을 애써 점치지 않으며 그저 오늘을 삽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더 친밀해진 관계에 다가서기까지는 얼마나 힘든 일일까요. 세부적인 속마음을 표현하기란 쉬운 일이던가요? 속속들이 알 수 없어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고, 거리를 둬야만 했던 그녀가 이해되기도 합니다. 나이 먹을만큼 먹고 연애한다하여 성숙한 만남을 오래 이어갈 수 있는건 아니니말이죠. 저는 그보다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어요. 마음속 빗장을 걸어잠그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했던 바보같은 그녀가 빗장을 풀고 환한 세상으로 다시 나오길 바라며-

 

저자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삶과 사랑을 주제로 풀어낸 흡인력있는 책이에요. 마지막장에 이르러서야 너무 성급하게 읽지 않았나 싶을만큼 속도감 또한 좋았더랍니다. 그의 언어는 밑줄을 그어가며 찬찬히 읽는 즐거움이 있는데 저는 빠르게 읽어 내려왔어요. 글 속에 담긴 쓸쓸함을 느끼며 읽는 맛은 또 다를텐데 말이죠. 마음 깊이 담아두고 오래도록 읽혔으면 하는 그의 언어들 - 자꾸만 곱씹고 되뇌이고픈 그의 문장들은 마음 한켠이 헛헛해지는 이 가을에 읽어볼만하다 싶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일.

그래서 나는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세계가 넓길 바란다.

내가 들여다 볼 곳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상대의 입장에서 내가 품은 세계는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도 한 번쯤 생각을 해봐야 한다. -p84

니가 그렇게 불평이 많고 타인과 세상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가진 게 없어서 그래.

니 안목이 남달라서도 아니고 니가 잘나서도 아니야. 단지 가난해서 그래. 니 내면과 환경이. 경험이. 처지가 -p118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의 질은 100% 내가 결정한 것 누구 탓을 할 필요가 없다.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좀 더 열심히 살아 보든가. -p209

이 바보 같은 놈아.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고 싫으면 싫다고 왜 말을 못해.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에게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편해진 관계의 엄연한 공범이라고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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