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44 - 1 - 차일드 44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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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이 훌륭하다', '역작의 탄생' 이란 칭송을 듣던 <차일드 44>는 총 세 편으로 이어져있으며 그 첫번째 책입니다. 구소련에서 일어났던 연쇄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문학적 상상력과 인간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재탄생 되었어요. 한시도 책을 내려놓을 수 없을만큼 뛰어난 문장력, 생생한 표현들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읽었더랍니다. 때론 그 삶의 치열한 현장에 숨 죽이며 읽기도 했지만, 잔혹함에 있어서는 더 잔인한 짓도 일삼지 않던 먼나라 이웃나라의 문화가 머리속에 콕 박혀있던 탓이겠지요.

각설하고 내용인 즉, 출세가도를 달리던 국가안보부 비밀요원 레오가 사회에서 벌어진 44명 아이들의 죽음, 연쇄 살인 사건을 맞닥뜨리면서 진실에 눈뜨는 과정을 다뤘다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은 시대적인 배경을 이해하고 본다면 더욱 오싹합니다. 구소련의 공포 사회에서는 인간은 존엄을 지키고 살 수 있었을까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이 안타까웠습니다. 경직된 체제 속에서의 권력과 폭압에 못이기는 이야기는 묵직함을 넘어 올바른 사회가 해야하는 것들,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가슴 속 깊이 새기게 만들었습니다.

그야말로 비참했던 시대 - 국가안보부 직원들은 반소비에트 선동자와 첩보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무자비하게 색출하고, 대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갖은 고문을 일삼아요. 새로운 사회의 근간이 된 '범죄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말이죠. 무고한 이들이 용의자로 지목되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넘에도 그들은 냉혹하기만 합니다. 아이가 살해된 것 같다는 가족의 말도 무시한 채 기찻길 사고로 덮어버릴만큼요.

법정도 없고, 증거나 재판도 없는 집단 처형이 될 거라는 점을 고맙게 생각했다. 상황 증거에 기반을 둔 처형, 그리고 그렇게 정의를 실현함으로써 그들은 그들이 반대하는 바로 그 체제를 어쩔 수 없이 모방하게 된 것이다. - p464​

[줄거리 생략] 레오는 국가에 충성하던 자신을 돌아보고,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수사관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리고 배신보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삶,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 알게 돼요. 1편에서는 아이들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면서 새롭게 눈뜨는 레오의 성장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급변하는 시대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듯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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