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노래
덴카와 아야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태양하면 떠오르는 한정적인 이미지들이 있어요. 아침을 알리며 뜨기 시작할 때, 노을지며 사라질 때, 태양의 강렬한 색감 앞에서 치열한 사랑을 떠올리곤 해요. 어느 날엔 너무 뜨거워서 진저리 칠 때도 있지만, 아쉬운 마음에 사로잡힐 때도 있지요. 저마다 화창함을 즐기고 싶은 날, 숨어버리는 태양은 못내 아쉬워요. 단순하게 느꼈던 태양의 의미가 슬프고도, 고맙게 다가오는 책 <태양의 노래>는 햇빛을 마주할 수 없는 소녀의 낮과 밤 이야기 입니다.

  열다섯 살 소녀 가오루는 '색소성 건피증'을 앓고 있어요. 자외선을 쬐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다양한 신경질적 증세가 발생하여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지요. ​그러한 이유로 소녀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학교에 다니지 않아요. 밤낮 바뀐 생활을 하며 기타 연주와 공연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던 와중에 첫사랑에 물들게 되는데, 서핑 보드를 즐기며 프로 서퍼를 꿈꾸는 코지라는 소년입니다. 한낮의 태양 아래에선 마주할 수 없는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키워나가게 되지요.

  "태양이 지면 만나러 갈게..." 이제 막 시작한 연애가 태양처럼 활활 타오르긴 커녕 차츰 그 빛을 잃어가는 모습에서 마음이 아파요. 짧았던 만남 속에 사랑을 알게 되어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해야하는 할까요. 또한, 역 앞 스트리트 뮤지션으로 공연을 펼친 모습이 눈 앞에 훤히 그려지던 건 어둠이 깔린 시각, 좋아하는 일을 진정 즐기는 자세에서 빛나보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어요. 각설하고, 태양을 그리워했지만 마주할 수 없었던 소녀. 그곁에는 태양처럼 한결 같았던 부모님이 있었고, 근사한 남자친구 코지도 있었기에 열다섯의 짧은 생에 행복도 더해있지 않을까 합니다.

부모가 자기 같은 자식을 낳은 것을 후회할 것이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말았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더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고. 그런데 아니었다. 태어나기를 잘한 것이다. 부모를 선택해서, 이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거니까. -p180

​  희귀 피부병, 혹은 장애가 있지 않고서는 그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릅니다. 결단코 그들이 얼마나 힘겹게 사투를 벌이는지 모르죠.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들이 어떤 이들은 간절한 바람이라는 것을 왜 자꾸 잊고 사는지, 그에 따른 불평 불만보다는 나아갈 방법을 찾으려 해야한다는 사실이 가슴 깊이 전해져요.

  창문을 열고 따스한 햇빛과 바람을 만끽하고 싶은 소녀의 바람은 노래가 되어 흐릅니다. [그대는 늘 강한 척 웃고 있지만 마음속을 흐르는 눈물 한 줄기 오늘이 가고 내일이 다가온다 자신을 믿는 한 희망의 문은 열려 있으니 내일로 가는 길이 그대 앞에 열리리 언젠가 함께 걸어요 미래로 가는 우리의 길을 / 달빛에 비친 유리의 애절함도 마음속에 간직한 떨리는 밤도 모두가 지나가고, 마음에 뜬 무지개 자신을 믿는 한 용기의 문은 열려 있으니 내일로 가는 길이 그대 앞에 열리리 언젠가 함께 걸어요 미래로 가는 우리의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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