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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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죽음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는다. 특히, 최악의 상황이 자신에게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청년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노인들마저 그렇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함을 잘 알면서도 자신들의 일로는 전혀 생각해보려 하지 않는다. 사실 그런 생각을 늘 달고 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우울해지고 불안해져서 멀쩡한 삶을 망치게 될 테니까. 하지만 때가 되면 그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자각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p65

​  마지막 여로에 선 아버지, 그와 함께한 아들의 기록이 담겨있습니다. 늙고 병들어가는 부모곁에서 함께한 3년 반의 기록, 그 속에는 무심했던 '노년의 죽음'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됩니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없지만, 준비되지 못한 여정의 고됨을 덜고자 노력해야하지 않을까요. 의료기관과 환경, 요양병원과 요양보호사에 대한 무관심이 부른 참사는 결국 되풀이되어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한다는 것을-

  각설하고, 저자는 고령의 아버지가 병석에 눕게되면서 가족으로서, 보호자로서 겪게 된 일들을 덤덤하게 담아냅니다. 슬픔을 과하게 그려내지 않고, 낯설고 불안했던 그 때의 경험들을 써내려갑니다. 시시콜콜한 추억담보다 생로병사의 극적인 현장에서의 저자 내면의 기록들이지요. 노화와 죽음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들을 관찰하고 이 문제를 같이 고민하게 합니다.

​  고령의 환자는 입원하는 즉시 물리치료사를 붙여 다리 근육이 급격히 무력해지는 걸 방지해야 한다. -p51

​  믿고 맡기는 병원, 그러나 그 곳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안전하다고 봐야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저 역시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끝도 없는 검사를 이유로 사람 피 말리는 곳이기도 하지요. 되려 끔찍한 지옥이 되기 쉽습니다. 정작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이 없고, 상황에 부딪쳐가며 습득합니다. 노인의 경우 근육활동량을 위해서라도 물리치료사가 동반되는 것이 좋지만, 병원은 이를 안내해주지 않아요. 보호자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느냐며 방관하곤 합니다. 하나를 고치기 위해 또 다른 하나를 잃게 만드는 병원의 시스템 적인 측면을 저 역시 꼬집게 되네요.

​  또 한가지 요양병원, 요양보호사의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게 됩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열악한 업무환경의 개선, 급여 및 복지문제 등이 논해져야 합니다. 인식개선이 이루어짐으로 인하여 질좋은 서비스를 넘어 인격적으로 대우받을 수 있겠지요. 노동자인 간병인들의 처우개선이야말로 요양병원에 수용된 노인들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현 사회는 고령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도가 낮으며, 제도적 대응이 느리기만 합니다. 훗날의 이 문제는 자신에게도 똑같은 상황으로 다가올 수 있어 간과해서는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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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숨에 관한 한 우리는 일단 살려놓고 보자는 오래된 타성에 묶여 있는데, 주도권을 쥐고 있는 병원 시스템과 의사들도 이러한 습관적인 흐름에서 벗어날 의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일부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병원들과 의사들은 대체로 환자의 목숨을 살려서 연장하는 데만 주로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때로는 고령의 환자에게까지 생명 연장을 위한 온갖 치료와 처치가 행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목숨을 연장시켜놓고 마치 감옥의 죄수들을 감시하듯, 모니터로 24시간 죽지 못하게 감시하는 것이다. (중략) 이제 삶을 마무리하려고 하는 사람을 강제로 살려서 인공적인 생명의 감옥에 중죄수로 가둬두는 잔인한 짓이 될 수도 있다. -p46

 

  자연스럽게 늙음을 받아들이고, 죽음에 대해 고민해보게 됩니다. 가는 목숨 오래 연명하는것이 좋은것이라 할 수 있을까? 살만큼 살았구나 말씀하시는 부모님에게 고통을 덜어 드리겠다는 이유로 내가 편한 길을 찾으려고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사는 것만큼 죽는 것도 어려운 세상, 보다 더 현명한 대처를 위해 '죽음'이라는 문제를 부모님과 털어놓고, 풀어나가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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