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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였으면 좋겠다 - 최갑수 빈티지트래블, 개정판
최갑수 지음 / 꿈의지도 / 2014년 12월
평점 :

별 일 아니라고 치부하기에는 명치 끝이 아려온다. 그저 시간이 약이려니 참아보지만, 증상은 악화되고 체한 듯한 느낌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떠나야 함을 느낀다. 편안한 공간 속에서 내쉬어지는 숨이 자유로울 때, 몸이 그토록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다름아닌 휴식, 자유, 소통을 원했기에 여행을 떠나야 했음을.
왜 여행을
떠나야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습니다. 재충전을 위하여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떠오르지만, 길 위의 배낭여행자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여행을 통해
성장한다는 점 역시 주목하게 됩니다. 넓은 세계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가치관과 경험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는 인생을 보다 지혜롭게 살아가는 길을
제시해주기도 하니 말이죠. 저마다 여행의 목적이 다를테지만 그것이 주는 선물 한 가지는 같지 않을까 합니다. 길 위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것,
사소한 것들이 다시금 치고 일어날 힘을 복돋아준다는 사실을요.
이 책은
2008년에 출간했던 최갑수 작가의 두 번째 여행 에세이 [구름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의 개정판입니다. 빈티지스러움이 묻어있는 사진과 종이의
질감을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최갑수 작가의 담백한 글을 멋스러워하지만, 이 책에서는 많이 느낄 수는 없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옅게 물들어있는
수채화 같은 색상이 느껴지지만, 강렬함을 이끌기에는 부족합니다. 담담하게 차분한 내용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 한 켠 위로를 받지만, 임펙트를 주지
못해 갈증이 나기도 합니다.
익숙한 곳,
낯선 곳에서의 사진을 찰칵찰칵 찍기도 하며, 떠오르는 언어를 메모해가며 풍경을 느낍니다. 마주하는 모든 것들과 교감할 때 번지는 미소처럼 책을
읽는 중간 중간, 글들이 살아나서 말을 걸기도 합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에 대한 궁금증들이 몇 가지 눈에 띄인 가운데 도쿄 오기쿠보
역에서 한 정거장에 있는 니시오기쿠보 역 부근의 카페 '3월의 양'이 가보고 싶어지더군요. 실내 사진을 찍을 수도 없지만,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는 양젖 치즈 케이크가 너무도 궁금해집니다. 이렇듯 가보지 못한 곳의 특별한 장소를
찾으러간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거 같아요.
여행을 통해, 책을 통해 무엇인가를 얻는 것도 좋지만 그 순간을 즐기고 사랑하는 일이 중요한 거 같아요. 또한 내 속도대로 걸어가면서 마주하는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작은 것에서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날 그 날의 위로받은 이야기들을 모아 나 자신도 누군가를
이렇게 토닥거려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게도 행운이라는 것이 있어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손톱을 물어뜯으며 망설이던 그 시간들, 지나가버린 5분들. 지나가버린 5분간들로 만들어진
인생 -p35
지금까지 허송세월한 것이 아니라면 굵직한 기회 한두 번 놓쳐버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어. 기회는 언젠가 다시 오고 다시 움켜잡으면 돼. 어쨌든 죽기 전에 부지런히 움직여 봐. 기회는 내 곁으로 다시 찾아
온다고. -p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