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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 정호승의 새벽편지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4년 6월
평점 :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서로 자기가 옳고 남은 그르다 주장하고, 남을 위한 말 없는 실천보다는 나를 위한 말 많은 주장이 앞섭니다. 이해와 소통의 문은 닫힌 채 극심한 자기주장에 몸살을 앓을 정도이지요.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그토록 힘겹기에 오늘도 책 한 권을 가까이하게 됩니다.
계절의 변화, 시간의 흐름이 때론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이대로 좋은데 지나가버리니 후회와 아쉬움이 남지요. 그러나 이런 순환이 있기에 삶이 지루하지 않은지도 모릅니다. 진부하지만 이러한 진리를 알고 수련하는 과정이 인생 공부가 아닐까요. 저자의 말에 따르면 '빛과 어둠은 서로 상호작용을 통한 색채를 만들어낸다. 이는 당신과 나라는 존재 또한 내가 있기 때문에 당신이 있는 게 아니라 당신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있다.' 즉 상대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가치 있다 여기는 자세야말로 중요하다라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그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본질이 어느 날 불쑥 고개를 들이밀 때가 있습니다. 어리석었던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목표의식에서 벗어나 방향을 재점검하기에 이르죠. 잊어버리고 살았던 작은 행복과 가치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대하게 됩니다. 그의 산문집 또한 이러한 반성과 타인을 대함에 있어 무엇이 우선인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지금 당신들이 겪오 있는 일은 마치 끓는 물속에 던져진 것과 같습니다. 만일 당신들이 계란이라면 끓는 물속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차차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게 되겠지요. 하지만 당신들이 감자라면 끓는 물속에서 더욱 부드러워지고 유연해지면서 탄력이 생기겠지요. 당신들은 어느 쪽이고 싶습니까?" 고통은 이렇게 선택적일 수 있다. 고통 앞에 어떠한 태도를 지닐 것인가 하는 문제는 바로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나 자신의 선택에 의해 고통이 계란처럼 굳어버릴 수 있고, 잘 익은 감자처럼 부드러워질 수도 있다.'고통은 동일하나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씀도 나 자신의 선택에 의해 고통의 의미를 찾았을 때 성립될 수 있는 말이다. - p53
각설하고 그의 산문집을 들여다보면 사랑과 고통, 치유를 통한 아픔 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차분한 마음이 듭니다. 경쟁의 가속도에서 나만 뒤쳐지는 듯 무너져내린 마음을 어루만져주어 조금 느려도 가치있는 시계를 갖고자 애쓰게 된달까요. 끝으로 세상사 누구나 고달픔이 함께 하기에 더불어 살아가는 것의 중요합니다.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말을 따라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게 아닐까 해요.
문제는 본질에 있었다. 본질이 변해야 현상이 변할 수 있는 거였다. 그런데도 나는 본질의 변화에는 무관심한 채 외양의 변화만 추구한거였다. 이는 자신은 변하지 않고 남이 변하기만을 바라는, 자신은 탓하지 않고 남만 탓하기를 즐기는 삶의 태도다. 문제는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변해야 남이 변하고, 속이 변해야 겉이 변한다. - p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