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올빼미
사데크 헤다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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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서로 묶여있던 작품이라 하면 단연 눈길이 간다. 무엇이 담겨져있었기에 읽을 수 없었던 걸까 호기심이 발동되는데 책의 자극적인 문구 역시 한 몫한다. '읽으면 자살하게 된다' 는 우려 때문에 금지 되었던 작품이라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사데크 헤디야트라는 이름이 내게는 너무도 생소하지만 이란 현대문학의 한 획을 그은 이로 알려진다.

 

각설하고, 이 책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난감하다. 작가의 고뇌와 깊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터라 섣불리 무엇을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와인을 천천히 음미하듯 책장 넘기는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었는데 이는 1인칭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하게 얽힌 감정, 현실과 망상이 뒤섞여 때때로 혼란스러움을 안겨다주었다.

 

삶에는 서서히 고독한 혼을 갉아먹는 궤양 같은 오래된 상처가 있다 이 상처의 고통이 어떤 것인가 타인에게 이해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p17

 

옥타비오 파스는 이 책에 대하여 어둠마저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보게 되는 세상, 인간의 심연에 존재하는 눈먼 올빼미의 독백이라 말한다. 나 역시 수긍하는 바 무엇을 더 보탤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에 잠긴다. 올빼미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 심연을 들여다본다. 깊은 절망과 좌절 앞에서 상실감에 대한 묘사가 좋았으나, 한없이 우울해지는 것을 어찌해야 할까.

 

문학 거장의 작품을 보고 솔직한 심정으로는 '십분의 일이나 이해했을까요? 저는 정신병자의 산만함이 살짝 느껴집니다' 라는 답을 내놓았을지도 모르겠다. 작품을 보는 안목이 부족한 탓에 한 번 읽고 이해하기란 여간 벅차다. 그렇다고 다시 반복해서 읽자니 울적한 기분에 책장을 이내 덮게 된다. 묵직한 무엇인가를 마음에 담게 되지만 이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말 그대로 눈 먼 올빼미 처럼 까마득한 어둠만을 남길 뿐-. 책 속 문장에 대한 지나친 몰입이 자칫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돌아보고 헤어나올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들 수도 있지만, 잘 읽는다면 두 눈이 밝은 올빼미를 마주하는 것도 온전히 본인의 몫이리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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