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트릭
엔도 다케후미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계절마다 읽게 되는 책의 장르가 있다. 봄에는 에세이, 여름에는 추리소설, 가을 겨울에는 로맨스가 그러하다. 굳이 하나의 장르를 선택해서 읽는건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한 쪽에 많이 편중되어 있음을 보곤 한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님에도 어쩐지 그 계절마다 선택하게 되는 책들은 딱딱 정해져있는 것 같다.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한 요즘이지만, 오후의 햇빛을 받고 있노라면 따스하기도 하다. 이런 날에는 가볍고도 산뜻한 에세이나 여행책이 끌린다. 종종 책을 펼쳐놓고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어딘가 이런 책에서는 허함을 느끼기도 한다. 딱 좋지만 무언가 1퍼센트 부족하달까. 무엇이 그렇게 허전한지 모른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책을 발견했다.

 『프리즌 트릭』 이라는 추리소설이다. 이 책을 펼치기도 전에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에도가와 란포상 사상 최고의 트릭이다라고 극찬한 히가시노 게이고 의 한 줄 문장이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추천하는 작품! 그저 지나갈 수 없었기에 책을 집어들었다. 온다리쿠, 텐도 아라타 등이 입을 모아 좋다고 평한 작품이라서 두 말없이 책장을 넘겼다.

 형무소내 밀실살인 사건! 범인은 누구이고, 왜 범죄현장이 형무소인가?


 이치하라 형무소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범인은 사라지고 없다. 전날 저녁 순찰을 돌던 교도관은 아무런 낌새도 눈치채지 못했다. 도대체 누가 언제, 왜 이런 범행을 저지르게 된걸까? 사건의 시작은 이러하다. 아침 점검시간 미야자키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도관은 그를 찾아나서는데, 한 구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얼굴은 강산성 용액으로 다 녹아내려 누군지 알 수 없으며, 양팔을 나란히 뻗은 자세로 죽어있는 한 사람. 그 앞에는 ‘이시즈카, 죽어 마땅하다!’ 라는 쪽지 하나 덩그러니 남겨져 있을뿐이다.

 교도관들이 죄수의 옷과 속옷에 적힌 번호를 확인해보니, 죽은 이는 다름아닌 이시즈카다. 그렇다면 미야자키가 죽이고 도망간 셈이다. 형무소에서 사람을 죽이고 빠져나가다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런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범인은 왜? 이곳 형무소에서 사람을 죽였으며, 어떻게 나가게 되었는가? 경찰들이 하나씩 증거를 모아 사건의 그림자가 얼추 모습을 드러낸다.

 형무소내에서 이시즈카 미쓰루를 죽인 미야자키 하루오였으나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모든것은 뒤틀린다. 이시즈카 미쓰루 → 다나카 이치로 → 무라카미 료스케, 나카지마 고헤이 →우치카와 히로시, 노다 구니오, 시게노 다카유키, 아사이 유리라는 신문기자까지 끼어들면서 숨 돌릴 틈없이 이어진다. 책 내용 자체는 어려운 것이 없지만, 주인공의 이름이 헷갈릴 수 있기에, 책을 단번에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때마다 이름을 써가면서 읽는것도 좋을것 같다.

 에도가와 란포상 위원들의 아낌없는 극찬 ‘뜻이 높다!’


 온다리쿠는 이 작품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마디로 말해 뜻이 높다. 그리고자 한 그림의 크기에 매료됐다 라고 - 분명 중간 중간 잘 살펴보면 그 그림의 무게들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을 어찌 설명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교통사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부딪치는 장면, 진실을 알면서도 묵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 형무소내 규칙에 길들어져 바깥이 두려운 사람에 대해 하나씩 표현해내기는 내 글이 부족하지만, 작가가 담고자 했던 여러가지 많은 부분들이 꽤나 인상적이었던 책이다

 <책 속 밑줄긋기>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할수록 상대는 감정적으로 나온다. 이야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분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 아무리 냉철하게 논리적으로 대응하려 해도 흥분한 상대가 감정적으로 나오니 말이 통하지 않는다. 쇠귀에 경 읽기다 싶어 허탈함을 느낀다. - p120

죄가 무가 될 리 없다.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참회하는 수밖에 없다. - p196

‘기자가 조사해서 쓴 게 아니지?’
‘경찰발표라고 생각해요. 뭐 그게 중요한가요. 중요한 건, 나카지마 고헤이가 살인혐의로 체포됐다는 사실이죠.’
‘중요해. 이 기사 하나로 피해자 가해자 모두 한평생 사고의 어둠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됐어.’
‘무슨 말이에요? 이상한 트집 잡지 말아요.’
‘기사 하나가 사람을 불행에 빠트리는 건 한순간이야. 그걸 모르는 인간은 기자 일 때려치워야 해.’- p234

‘무고죄만큼은 안 됩니다.’
‘물론이지요. 하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한 명의 진범을 잡지 못해 동네북이 되느니 열 명의 무고한 범인을 만들어내려고 하죠. 흔한 일 아닙니까.’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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