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몸값 1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쿠다 히데오의 『최악』,『방해자』 에서 한단계 더 나아갔다는게 확실히 느껴지는 책이다. 『올림픽의 몸값』 은 한 번 빨려들어가면 나오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마력을 지녔다. 471페이지로 두툼한 두께에도 불구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지새서 읽었다. 결말이 궁금해서 정신없이 읽고 나니 어느새 2권에 계속이라는 말까지 왔다. 다음 2권이 너무도 궁금해지는 책이다. 과연 올림픽의 몸값을 받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꼭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림픽을 인질로 삼다.

 3년만에 내놓은 오쿠다 히데오님의 책을 고른것은 장편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스케일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전세계인의 눈과 귀가 한 곳으로 집중되는 올림픽을 주제로 그는 어떤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낼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책장을 넘겼다. 몇 장 넘기지 않아도 느껴지는 강한 흡입력에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시마자키 구니오의 매력에 푹 빠져 오랜만에 느껴보는 유쾌한 독서였던 이 책의 줄거리를 말하면 아래와 같다.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기다리는 도쿄 올림픽을 두 달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방화와 폭발사고가 연이어 일어난다. 그러나 경찰은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올림픽을 성대하고 무사히 이뤄내야 하기에 이 사실을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한편, 극비리로 수사에 착수한다. 끈질긴 추적 끝에 드디어 용의선상에 한 청년이 떠오른다. 도쿄대 경제학부 대학원생인 엘리트 시마자키 구니오. 밝은 미래가 보장되었고, 주위사람들로부터 평판이 칭찬으로 가득한 이 학생이 어떻게 왜 이런일을 하게 되었는지 하나씩 짚어나간다.

 세 명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모여 퍼즐이 맞춰지는 이 책은 세 개의 서로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보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 경시청 형사 오치아이 마사오가 수사를 진행하면서 풀어나가는 이야기와, 구니오와 같은 대학 동기 스가 다다시가 현재로부터 찾아가는 방법, 시마자키 구니오의 과거에서부터 거슬러오는 이야기는 하나씩 서서히 그림자를 드러내며 조각조각 맞춰지는 것 역시 새로운 즐거움이다.

 ‘자본주의의 두 얼굴을 말하다’

 빈익빈 부익부, 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함을 시마자쿠 구니오 도쿄생을 통하여 이 책은 이야기한다. 그는 가난한 곳에서 태어났지만 뛰어난 두뇌 덕에 다른 가족들을 제치고 공부쪽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그러나 그 밖의 가족은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 만하게 되는데, 구니오의 형은 평생을 노동만 하다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기에 이른다. 구니오는 탄탄대로인 자신의 미래를 눈앞에 두고 형이 지냈던 삶을 경험해보기로 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것들과 마주한다.

 빛과 어둠, 이면적인것들을 경험한 구니오는 올림픽 축제로 시끄러운 도쿄와는 동떨어지게 죽어라 일만하며 고생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보며 이 사회가 진정으로 무엇을 살펴봐야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반짝 반짝 빛나보이는데만 눈이 멀어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신경한 모습을 반성해보게 되고, 힘없는 사회의 약자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들이 만들어낸 피와 땀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느낀다.

 <책 속 밑줄긋기>

이유는 단 한가지다. 도쿄올림픽 개최에 조금이라도 불안을 품을 만한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국제 사회에 이 나라의 신용이 걸린 중대사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라도 불상사가 생긴다면 국가의 명예와 경찰의 위신은 땅에 떨어지는 것이다. - p74

쌀 맛을 맛 본 어린애에게 보리밥을 먹으라고 해봤자 그건 안 될 얘기 아니냐. 나는 이제 고향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 p173

‘사람 목숨보다 위의 회사가 더 중요해?’ 전에 합숙고 난동 났을 때, 경찰은 뭘 해줬는데? 형사 둘이 와서 잠깐 인부 말만 들어보고는 그냥 친구간의 범행이라고 꿰맞춰놓고 그 다음은 아무것도 안 해줬잖아요. 게다가 오리엔트 토목 간부를 불러들여서 별것도 아닌 일로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고함치면서 피해 신고도 받아주지 않았다고. 그런 건 알아요?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건 부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뿐이야. 우리 같은 사람이 어려울 적에는 아무것도 안 해줘. - p332

마르크스라는 사람은 19세기 초에 독일에서 태어난 경제학자야. <자본론> 이라는 유명한 책을 썼어. 간단히 말하자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본가라고나 할까? … 공산주의라고 하면 금세 빨갱이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체제측에서도 노골적으로 경계하지만, 인간의 근원적인 행복을 생각하는 지극히 순수한 사상이야. 공산주의란 우리에게 있어서, 창출되어야 할 어떤 상태이지 그것에 따라서 현실이 바로잡혀야 하는 어떤 이상이 아니야. 우리가 공산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실천적인 현재의 상태를 지양하는 현실적인 운동이야.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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