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분 1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쌍둥이별』로 이름 값을 톡톡히 해 낸 작가 조디 피콜트. 그녀의 책이 좋아서 선택할 사람도 있을테지만, 나는 이 작가에 대해 전혀 아는바가 없다. 일언반구 하지 않겠다. 이 책을 읽기로 했을 때 작가의 영향력보다는 알 수 없는 강한 이끌림이 책을 집어들게 만들었다. 무엇인가가 극도로 나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오랜만이었고, 책의 소개도 흥미로워서 책장을 넘겼다.

 유년기의 내가 지닌 상처들과, 휘몰아치던 감정들이 곳곳에 베어있어서 숨이 막히기도 했던 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 폭풍의 잔해 속에서 남은게 무엇인지 되짚어볼 수 있었던 『19분』 은 사람과의 상처가 아물고 시간이 지나 그 때를 돌아볼 수 있었던 내게는 많은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지난날의 아픔을 삼키고 삐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마음 아픈 한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의미있던 책이다.

 고등학교 총기사건 19분의 시간속으로…

 2007년 3월 6일 10시, 뉴햄프셔 주의 스털링 고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용의자는 피터 호턴이라는 소년으로 그는 19분동안 학생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으며, 10명의 사상자와 수많은 부상자들을 내게된다. 책의 시작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며, 참담했던 상황을 이야기하고, 피터가 재판대에 서기까지 그간 있었던 일을 되돌아본다.

 스털링 고등학교 악몽의 19분을 전후로 과거와 현재 시점으로 흘러가는 이 책은 피해자와 가해자, 외상 후 스트레스로 몸살을 앓게 될 학생들, 피터의 부모님 이야기로 시시각각 바뀌며 진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럽기보다는 각자가 지닌 아픔들이 눈물겨워서 읽는 동안 멈칫거리게 된다. 누구를 미워할 수도 없고 화를 낼 수 없어서 먹먹함이 가슴을 짓누르는데도 멈추지 못하고 읽게 만드는 마력이 깃든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괴물이 자라지는 않는다. 누가 그렇게 몰아가지 않는 한 주부가 살인자로 변할 리도 없다. 매 맞는 아내의 경우 통제하는 남편이 프랑켄슈타인 박사 같은 존재였다면, 피터의 경우에는 스털링 고등학교 전체였다. 약자를 괴롭히는 애들이 걷어차고 놀리고 주먹으로 때리고 꼬집었다. 그 모든 행동들이 피터가 속한 곳의 누군가에게 반격을 하도록 피터를 몰고 간 것이다. 피터가 반격하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은 자신을 괴롭히는 다른 아이들 때문이었다. - p322

 피터의 어린시절은 잔혹한 행위들로 물들여진 끔찍한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부모님이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음식을 친구들이 멋대로, 장난 삼아 짓밟아 뭉개는가하면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마음껏 조롱을 일삼기도 했다. 어린아이로서 감당하기 힘들었을 상처들을 일찍이 그는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이유에서부터 시작된 주변사람들의 왕따행위가 그를 움츠려들게 만들고, 자신만의 동굴 속으로 파고 들어가게 만든다. 

 늘 혼자였던 피터에게는 조지라는 유일한, 하나뿐인 친구가 있었기에 힘들었지만 잘 버텨냈던 유년의 생활은 조지가 성장하면서 끝을 보이게 된다. 인기있는 아이들에 속해지면서 피터는 거들떠보지도 않자, 다시 외톨이 신세로 전락된다. 그런 그는 컴퓨터 속 가상의 세계 속에서 돌파구를 찾아내지만, 어느날 모든 것들이 뒤틀리고 숨겨두었던 나를 드러내기에 이른다.

‘어린 시절에 겪은 단 한번의 왕따 취급이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사람에게는 성적 학대만큼의 정신적 외상이 될 수 있다는 거 아나?’ - p86

 총기난사 사건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스털링 고등학교가 암흑으로 변해가게 되는데, 그 숨겨진 진실들이 하나씩 모습을 보이는게 가슴아프다. 희뿌연 장막이 사라지고 난 뒤, 그 앞에 펼쳐진 진실을 어떻게 마주해야 좋을지 막막해져오는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 많다. 정해진 답이 없이 당신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묻지만 선뜻 답할 수가 없다.

 끔찍한 아이 뒤에는 끔찍한 부모가 있게 마련이라고 말하기 쉽지만, 그 끔찍한 아이도 부모가 최선을 다한 아이라면 어쩔 것인가? 레이시처럼 무조건 사랑하고, 철저히 보호하고, 금지옥엽 길렀는데도 살인자가 되었다면 어쩔 것인가? - p283

 피터의 외상 후 장애에 대한 이야기, 정신적으로 받은 상처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그 밖에도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것은 살인자를 둔 부모님이었다. ‘부모가 저러니 애가 저 모양이지.’ 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부모님을 모른다.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만약 레이시같이 아들을 배려하는 부모님 속에서 자랐다고 한다면 어떻게 말을 해줘야할까 생각해보았다. 막상 그 상황에 빠져있다면 눈과 귀가 멀어서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을것이고, 함부로 답할 수 없어서 어렵다.

 어렸을 때 민달팽이 몸에 소금을 뿌리곤 했다. 눈앞에서 민달팽이가 죽어가는 걸 지켜보며 좋아했다. 학대는 누군가 다치고 있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 일종의 오락이다. 

아무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패자가 되는 것일 수 있지만, 학교에서 패자는 끊임없는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걸 뜻한다. 당신은 민달팽이고 그들은 소금을 쥐고 있다. 그들은 양심을 갖고 있지 않다.

우리가 사회 시간에 배우는 ‘샤덴프로이데’라는 말이 있다. 남의 불행을 보면서 즐거워한다는 듯이다. 우리는 왜 그런 것일까? 한편으로는 단지 자기보호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적에 맞서 서로 뭉칠 때 집단의식을 더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이 괴롭히는 상대가 당신을 결코 해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미워하는 것보다 훨씬 더 누군가를 미워하는 척하기만 하면 된다. … - p262

 누군가에게는 심심풀이 땅콩, 불장난에 불과했을 일이 한 사람에게는 산불이 되기전의 작은 불씨인지도 모른다. 이 책이 던져주는 바가 많지만, 몇 가지만을 이야기하려한다.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타인을 적으로 만들고 공격할 필요는 없다는 것, 누군가 힘들어한다면 다가가서 말을 건네주고, 손을 잡아주기도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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