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간행된 것은 약 10년 전이다. 『주간소설』에 실린 작품을 모은 것에 불과하므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몇 년 전이다. 그런 책이 이제 와서 중판된다고 하니, 출판 세계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오묘한 세계가 아닐 수 없다.  - 2001년 12월. 히가시노 게이고 -

 이전에 썼던 글들이 다시금 화제를 모아 또다시 간행되는 것이야 말로 작가의 유명세를 뜻하는게 아닐까 싶다.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가 낸 따끈따끈한 책인 줄 알았으나,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에 쓰인 작품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의 작품은 세월을 지나 어떻게 다르게 느껴질지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책장을 넘겼다.

 자동차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전기공학과를 나온 히가시노 게이고는 여럿 작품들에서 그의 재주를 마음껏 펼친 바 있다. 전자기기를 이용한 트릭은 누구보다 그가 잘 알고 있기에 쓸 수 있었던 것이고 이는 독자들에게 어렵지만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점이다. 그가 이번에는 어떤 마술을 보여줄까? 생각하던 찰나,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그는 일반 사람들보다 자동차에 관해서 폭 넓게 알고 있을 것이고 이번 책 역시 흥미진진하다는 것은 보장되었으리라 보았다.

 두근거림을 안고 책을 집어드는데 『탐정 갈릴레오』처럼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단편이라면 어딘가 허무하게 느껴지는건 왜인지 모르겠다. 금새 읽고 털어버리는 건 소설의 묘미가 아닌것 같달까? 각설하고, 이 책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교통사고’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총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으며, 놀랄만한 반전과 섬세한 추리는 볼 수는 없지만,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들로 인하여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고, 교통사고의 각종 원인들과 폐해를 돌아볼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달리는 흉기 안에서 펼쳐지는 아찔한 공포의 향연 ‘당신은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교통사고와 교통경찰들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아낸 이 단편은 1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변하지 않았기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아직도 이같은 행동들이 우리 주위에 만연해있는데 읽는 동안 남 일이 아니라서 훗날 내가 차를 몰게 될 때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여섯개의 단편 모두가 그들만의 강력한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지만 모두를 설명하기보다는 몇 가지만 간추리겠다.

 첫번째는 「위험한 초보운전」이다. 앞차의 움직임이 더뎌서 가까이 가보니 초보운전 마크가 붙어있을 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줄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집에가서 푹 쉬고 싶은데, 속 터지는 앞차를 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초보운전자를 놀려주기 위해 클랙슨을 눌러주기도 할테고, 바짝 다가가 위협을 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러한 당신 덕분에 누군가 사고를 낸다면? 생각만해도 암울하기 그지없다.

 이 짧은 단편이 주는 메시지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못한다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운전자들이 운전을 하다보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욱하는 경우가 많다. 참자. 제발 참자. 이제 아장 아장 걷는 아기에게 달리기 못한다고 하면 쓰겠는가?

 두번째는「불법주차」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라서 너무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던 이 단편은 내용은 식상하지만, 여전히 불법주차가 만연해있는 지금 모두가 반성해야할 문제 중 하나다. 누군가 공원에 불법주차를 해뒀기에 어떤 사람은 긴급한 상황에 제 시간에 빠져나가지 못해 곤란하게 되어버린 경우를 종종 티비에서도 보지 않는가. 불을 끄거나, 긴급이송하는 사람을 태우고 있지만 불법주차로 꼼짝달싹못하는 사태가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불법주차는 누구나 하는 거잖아요? 이 세상에 불법주차를 안 하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그래요. 불법주차는 개나 소나 다 하고 있지요. 경찰도 제대로 단속하지 않고, 그걸 나쁘다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위반 딱지를 붙여도 태연하게 떼어버릴 정도이지요. 주차장도 없는 주제에 큰 차를 사다니, 사람들이 미쳤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불법주차를 해서 남에게 피해를 끼친 후에도 뻔뻔스럽게 잠시 세워두었을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 말이지요.’ - p171

 『교통경찰의 밤』은 각종 교통사고에서 있을 수 있는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생각하기에 따라 밋밋할지도 모르지만, 게이고는 도로교통의 여러가지 피해들과, 법규를 어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심스런 경고를 하고 있는게 눈에 보인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해자가 피해자로도 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교통사고에 대해 부디 안전운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 속 밑줄 긋기>

원래 규칙은 양날의 칼이야. 자신을 지켜준다고 생각한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지. 그런 경우에 중요한 건 그 칼을 사용하는 사람이야. 그런데 무능하고 멍청한 사람은 날카로운 칼을 형식대로 휘두르거든. - p90

법률은 조금만 어긋나도 때로는 적이 되기도 하고 아군이 되기도 한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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