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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작품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알고 보면 재미있지만, 모르고 보면 지루하기만 한 것이 운동 경기다. 똑같은 움직임, 특별할 거 없는 해설을 듣고 있노라면 눈꺼풀이 스르르 감겨온다. ‘멋있다, 감동적이다’ 라는 말보다는 언제 끝나는지에 온 신경이 가있고, 당장에라도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렇지만, 차마 벗어나지는 못하고 기다리는데 시간이 더디기만 하다.
그럴때면 오쿠다 히데오처럼 기발한 착안점으로 스포츠를 관전해보면 어떨까? 자신만의 엉뚱한 놀이를 발견하게 된다면, 길고 긴 시간들도 금방 지나가버릴테니 말이다. 1992년부터 1999년까지 모노 매거진이라는 잡지에 연재한 에세이 스포츠 만화경을 모아 만들어진 이 책은 오쿠다 히데오의 눈으로 새롭게 바라본 스포츠와 관련된 이야기다.
읽고! 웃고! 관전하고! 3배 즐거운 에세이!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대로 자유롭게 쓴 이 책의 첫 번째 매력은 룰을 외워가며 어렵게 보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보며, 상황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재미있다는 것이다. 경기에 집중하려 하지만 딴짓을 하게 될 때, 그 순간에서도 다양한 것을 볼 수 있고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은 오쿠다 히데오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두 번째는 단순한 스포츠 관람에서 벗어나 곳곳에 뿌려져 있는 경기 방식, 문화, 생각 등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의 나는 무심코 지나갔을 일이지만 운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나름대로 중요했을 소소한 이야기들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즐거움을 줄 것 같다.
TV 학원드라마의 영향력은 일반적으로 반년, 길어야 1년 만에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 p146
33편의 에세이 중 10개 정도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슬며시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지만, 이밖에는 조금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다양한 기술들이 흥미롭지 않았는데 이는 아마 축구 외에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던 탓이기도 하다. 골고루 관심이 있다면 책이 더 재미있게 읽혀졌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남들은 모르는 작은 일에서부터 재미나게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시합 상대자의 우락부락한 얼굴을 본 남자의 마음에서부터, 도서관 스포츠 신문 이용자의 자의식, 스포츠 선수의 눈물과 대중의 기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설마 싶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자신도 모르게 쿡쿡 거리며 웃게 된다.
따뜻한 눈길로 스포츠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한 오쿠다 히데오의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는 운동 경기에 대한 따분함을 날려버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재치있는 독설로 하여금 독특한 시야로 볼 수 있었는데, 스포츠와 유머를 함께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