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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형수 - 오늘도 살았으니 내일도 살고 싶습니다
김용제.조성애 지음 / 형설라이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부디 ‘죄는 밉지만 죄인은 미워하지 않는다’ 아니, ‘죄인을 사랑한다’ 는 말을 가슴에 새겨두길 바랍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 익히 들어온 말이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로 인해 피해를 본 상황에서 이 말을 잘 받아들이고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 상처로 남아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졌는데 죄도 사람도 미워하지 않을수가 있을까? 지금의 나는 그럴 수 없다
가시같이 파고 든 상처가 아물기는 커녕,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더 욱씬 거리기 때문이다. 문득 생각 날 때면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악몽으로 자리잡은 탓에 죄도 밉고 사람도 밉기만 하다. 그러나 이 책 속에 등장하는 한 할머니는 죄인을 용서하기로 마음 먹는다. 손녀를 차에 치여 잃게 되었는데도 말이다. 내가 그같은 상황이었다면 용서할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1991년 10월 19일 오후 4시경, 여의도 광장에 있던 시민들을 향해 한 대의 승용차가 돌진했다. 이 사고로 자전거를 타던 어린이 2명이 숨지고 21명이 중경상을 입게 되었다. 범인은 시각장애를 가진 김용제(21) 그 날 이후 그는 사형수가 되었다.
인간답게 살고 싶었던 한 영혼의 절규
이 책은 마지막 사형수가 된 김용제가 수녀님과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자신의 삶을 풀어놓고,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바 다. 용서와 화해, 나아가 사형제도까지 조금씩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중대하게 저지른 죄에 꼭 따라오는 말이 있다. ‘불운했던 어린 시절을 보내다!’ 라는 것, 힘들 때 사람들이 위로하고 손을 잡아주기는 커녕 세상 밖으로 내몰고 힘겹게 살아왔다는 것이다. 매번 똑같은 이야기가 되풀이되는데 사형수 김용제 역시도 다를 바 없다.
그의 어린 시절은 어머니의 잦은 가출로 인해 위태롭고 불안정한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포근함, 안정감, 따뜻함과는 거리가 먼 집에서 자란 그는 추후 아버지의 자살과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더욱 더 나락으로 떨어지기에 이른다.
성인이 된 그는 사회 생활에도 발을 담그지만 시력이 좋지 않았기에 오히려 민폐만 끼치게 되고 이곳 저곳을 전전하게 된다.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하지만 나빠진 시력으로 인해 냉대와 무시를 받게 된다. 자꾸만 빗나가게 되던 그는 자신의 성장환경과 사회에 대한 분노와 한 인간으로서 따뜻하게 감싸주고 이해해주지 않으며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차를 몰게 된다.
배가 고프다, 돈이 없다, 더는 손 내밀 곳이 없다, 죽고 싶다, 아니 죽어버리자, 그런데 나만 죽기엔 너무 억울하다. 여의도 광장으로 차를 몰았다. 사람들이 하나 둘 꽃잎처럼 스러져 갔다. 시원하다. 속이 다 시원하다. 아니다. 괴롭다, 두렵다, 무섭다. 어쩐 일일까? 엄마가 보고 싶다. 정신병동 창가에서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큰형이 보고 싶다. 작은형도보고 싶다, 다들 보고 싶다. - p21
약자를 향한 사회와 이웃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사형수가 되기까지 그의 일기가 쓰여진 이 책은 조성애 수녀를 만나, 편지로 용서와 화해 사랑을 배우고 생명을 새롭게 부여받게 된 김용제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소외된 이웃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차갑고 냉담하기만 한 사람들의 시선과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가 되어 김용제와 같이 삶을 비관적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것 등이다.
사람들의 아주 작은 관심과, 따뜻한 말 한마디, 포옹, 믿음 등이야 말로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다들 너무 부정적이거나, 비뚤어진 시각으로 바쁘게 살기만 하는게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손을 잡아주기보다는 요리조리 나 살고자 빠져나가기만 급급한 요즘, 잠시나마 누군가를 향해 따스한 말과 행동으로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7년 마지막 형장으로 사라진 그는 죽기 전에 수녀님이 내민 손으로 하여금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이해하고 사랑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의 죽음을 보지는 못했으나 책을 읽으며 전해져 오는 느낌만으로도 이루 말 할 수 없는 책이다. 지쳐있는 마음을 위로받고 떠났을 그에게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지.
따뜻한 손길을 간절히 필요로 했던 사람, 누군가의 작은 위로와 격려만으로도 삶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많이 든다. 사형과 관련해서도 생각해보았지만 아직 섣불리 뭐라고 말하기가 참 힘들다. 무수한 물음표들이 머리속을 가득메우며 답을 찾으려면 아마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 같다. <마지막 사형수> 그의 잔잔한 기록들이 마음을 많이도 짓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