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경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하게도 딱 맞아떨어지는 예언을 듣게 되면 그에 혹하게 된다. ‘정말 그자가 한 말대로 되었잖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다가도 이내 끄덕이게 된다. 그리고 또 다시 예언자를 찾아가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라는 질문을 던진다. 적잖은 사람들이 툭 던져진 말에 혹해 맹신하게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점 집이 그렇다.

 다양한 말들 중 자신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만 마음 속에 남아 그것을 맹신하게 되는데 이를 조심해야 한다. 모든 말들이 옳은 것은 아니기에 너무 빠지면 곤란하다. 이는 자칫 잘못하면 옳고 그름을 판단 할 수 없게 되고 엄청난 파멸로 이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이 책의 내용처럼.

“당신은 3주 안에, 정확히 자정에, 그것도 사자의 아가리에서 죽을 것이다!”

 예언자로부터 죽을 날짜를 듣게 된 한 남자. 그는 시시각각 조여 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살아도 사는게 아닌 삶을 살게 된다. 모든 것들로 하여금 연결고리를 끊고 재깍재깍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시계만을 멍하니 보며 살아가는 안타까운 한 남자 그의 이름은 할란 레이드다. 그에게는 진 레이드라는 딸이 있는데, 아버지를 따라 그녀 역시 초조해하고 불안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두 사람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책의 시작은 어두운 밤, 톰 숀이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는 듯 보이는 한 여자를 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바로 진 레이드다. 유복한 환경에서 예쁘게 자라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길래 이토록 두려워하며 슬퍼하는 걸까? 의아했던 숀은 진으로부터 그동안 있었던 기이한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다…

 톰킨스 예언으로부터 목숨을 구하게 된 할란은, 처음에는 우연이라 생각하며 무시했지만, 그의 말들이 하나씩 맞아떨어짐에 따라 예언에 빠져들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앞날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고 자신의 운명을 묻기에 이른다. 톰킨스는 다가올 죽음을 알려주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비극의 시작이 된 것이다.

 예언의 날이 날이 다가올 수록 긴장해서 잠도 제대로 못자는 할란과 진은 두려움에 떨며 시간을 보내는데 숀을 만나 털어놓게 되면서 그로부터 도움을 받게 된다. 형사 톰 숀은 진과 그의 아버지를 돕기로 하고 정해진 운명, 예언을 피해가고자 고군분투하게 되는데…
  
예언은 정해진 것인가, 조작된 것인가!

 톰킨스가 예언한 운명의 밤. 형사들은 계속해서 단서를 추적하고, 톰은 예언이 실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진과 함께 할란 곁을 지킨다. 그러나 자신의 미래를 알고 공포와 광기에 사로잡히는 할란 레이드는 점점 더 황폐해져만 가는데… 이제 곧 죽을거라는 확신이 그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 책에서는 잘 설명하고 있다.

 서서히 스며드는 죽음이라는 공포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망가져버릴 수 있는지, 주변 사람들을 피 말리게 하는 모습들이 머리 속에 잘 떠오르며 코넬 울리치의 뛰어난 심리 묘사가 소름 끼치는 책이다. 두터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슥 읽게 되는 흡입력 있는 이 책은 조용하게 파고드는 비명이 잊혀지지 않는 깊은 울림감 있는 책이다.

 예언과 관련한 이야기와 더불어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글을 덧붙인다. 아래의 글은 이 책 전반에 깔린 결말을 암시해주는데, 유복한 환경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난 사람에게 곳곳에 있는 함정들이란, 책을 읽으면서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부유하다는 이유로 적이 더 많이 둘 수 밖에 없고, 경계하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부자’ 에 대한 것과, 지금의 나를 많이 생각해보게 했다.

"누군가 넌 부자라고 말했다면 그게 무슨 뜻이에요?"

"잘 들어라, 그리고 내일은 이 말을 잊도록 해라. 그렇지만 언젠가 네가 열여덟 살이나 스무 살 정도 외었을 때, 그때는 이 말을 기억해라. 그때 오히려 이 말이 더 필요할 거야. 그것은 네가 그것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겪게 될 거라는 뜻이다. 또한 네가 항상 조금은 외롭게 지낼 거라는 뜻이야. 네가 손을 뻗었을 때 그 손을 잡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뜻한단다. 결코 누구도 널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야. 만약 그들이 널 사랑한다고 해도, 그게 오직 너 자신 때문인지 아닌지는 구별할 수가 없을 거다. 다시 말해, 네가 항상 신중해야만 한다는 걸 의미한단다. 곳곳에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을 테니까."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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