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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창해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복제, 이식수술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되고 있는 지금과는 다르게 1991년은 어떠했을까? 당시에도 많은 것이 이야기 되었을테지만, 나는 그 때를 모른다. 동네를 휘젖고 다녔을 어린 시절의 아이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살고 있던 그 때의 나와는 다르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책을 썼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내용이었을지도 모를 뇌 이식 수술을 통한 과학의 발달이 안겨주는 비극을 말이다.
세계최초의 뇌이식 수술환자. 나루세 준이치!
평범한 청년 나루세 준이치는 강도로부터 한 소년을 구하려다 머리에 총을 맞게 된다. 그는 한참 지나 깨어나게 되는데, 자신으로서는 감당이 안 될 호사스러운 곳에서 눈을 뜬 자신이 얼떨떨하기만 하다. 누군가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해준다는 것이 고마운 동시에 믿기지 않는 그는 병원 내 사람들로부터 몇 가지 주의사항과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강도는 도망쳤고, 나루세는 지금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 모두의 관심이 쏠려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그는 사랑하는 여자친구 하무라 메구미와, 제조업체 서비스 공장에서 기계를 수리하던 예전의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루세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해가는데… 직장 상사의 말에 고분고분 '네네' 하며 소심하던 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겁도 없이 따져들며 모두에게 적의를 품고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사소한 일에도 강한 분노를 표출하는 그는 어느샌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평소 거들떠 보지도 않던 피아노 소리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자신이 변했다는 것을 느낀 그는, 무엇이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찾아나서기에 이르는데… 강도로부터 총상을 맞은 그 날, 뇌 이식 수술을 받게 된 것을 알게 된다.
누구로부터 무엇이 어떻게 나를 없앨 수 있었는지, 하나씩 찾아가며 사람들의 무서운 욕심이 부른 과학 발달에 치를 떨게 되는 나루세의 이야기는 현대 의학의 좋은 점 외에도 부작용을 생각해보게 하고, 그늘진 욕심들에 대한 경고를 내비친다.
과학의 발달은 인간에게 축복인가, 재앙인가?
어떤 것이든 장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과학만큼 양 날의 검인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지지만, 정작 인간의 존중을 위협하는 아이러니함이란 축복이자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을 어느선까지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이 책도 그렇다. 과학이라는 이름 하에, 만인의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는 이름 하에 어디까지 위험을 감수해야할지 모르겠다.
표지에서부터 음울함을 마구 발산해내고 있는 이 책은 ‘기막힌 반전이잖아!’깜짝 놀라움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맥 빠질 것이다. 읽다 보면 뻔히 드러나 보이는 반전과 결말이 보일 것이다. 무언가 스릴있고, 긴장감 넘치는 걸 찾아보기에는 허전하다. 그러나 과학 문명에 대한 질타와, 내 머릿속에 다른 사람의 뇌로 인한 혼란스러운 나루세 준이치와 도겐 박사의 일지가 볼 만하다.
내가 아닌 또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와중에 심리 묘사가 잘 나타나있다. 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영화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히가시노 게이고님만의 표현들이 좋았던 책이다.